북한, 억류 호주인 선교사 추방...베이징 도착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호주인 선교사 존 쇼트 씨가 3일 석방돼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이 지난 달 억류했던 호주인 선교사 쇼트 씨를 추방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쇼트 씨가 관광객으로 입국한 뒤 종교 선전물을 몰래 뿌렸다고 억류 이유를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호주인 선교사 75살 존 쇼트 씨가 억류된 지 보름 만인 3일 석방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쇼트 씨는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감정에 북받친 듯 수건을 꺼내 계속 눈물을 닦았습니다.

쇼트 씨의 석방은 조선중앙통신에 그를 석방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쇼트 씨가 억류돼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관광객으로 입국한 쇼트 씨가 평양의 불교 절간을 참관하는 기회를 이용해 종교 선전물을 몰래 뿌린 혐의로 조사가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쇼트 씨를 비교적 이른 시일에 석방한 이유는 활용가치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속에서는 카드화 해서 인질로 잡고 있다가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가치를 갖고 있지만, 호주 선교사의 경우는 호주와 북한 관계가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통해서 인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그런 쪽으로 활용하면서 바로 석방했다고 볼 수 있겠죠. ”

북한은 현재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와 침례교 선교사인 김정욱 씨를 억류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의 첩자’라며 억류하고 있는 김정욱 씨의 경우 북한은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사상전과 체제 단속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 씨의 기자회견을 공개한 이후 각종 매체를 동원해 사회주의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각계의 분위기를 잇달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1년 반 가까이 억류돼 있는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경우에는 미국의 특사 파견을 갑자기 취소하면서 정치적 흥정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단속된 사람을 인질로 잡고 다른 정치 현안과 연계해서 풀려고 하는 그런 감이 있죠. 그래서 결국 미국과는 케네스 배를 장기 억류하면서 북미관계와 관련 지어서 풀려고 하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쇼트 씨는 이른바 사죄문에서 ‘종교를 몰래 유포한 것이 범죄행위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죄했으며 용서를 간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연말 40여 일이나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국인 메릴 뉴먼 씨는 북한이 공개한 자신의 사과 영상은 강압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쇼트 씨가 작성했다는 사죄문 또한 자발적으로 작성된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