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실세' 약진...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발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9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투표하기 위해 평양 김일성정치대학에 마련된 투표소로 들어서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후 처음 치러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대의원 명단이 절반 넘게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져 권력집단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687명의 명단을 선거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난 11일 발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중앙선거위원회는 전국적으로 선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투표에 참가해 해당 선거구에 등록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에게 100% 찬성투표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의원 687 명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해 360여 명이 새로 뽑혔습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가 새로운 인물로 바뀐 겁니다.

앞선 대의원 선거 가운데 2009년 12기 선거 때는 45%, 그리고 2003년 11기 선거 때는 50%의 교체율을 기록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비교적 높은 교체율을 보인 것은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권력집단으로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열린 첫 대의원 선거에서 53%의 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통치 엘리트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요직을 차지하며 새 실세로 평가 받아온 인사들이 대거 대의원에 진출했습니다.

장정남 인민무력부장과 김수길 군 총정치국 부국장, 조연준과 최휘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황병서와 마원춘 당 부부장 등이 그들입니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기남과 최태복 당 비서, 리영길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당과 정, 군의 고위직에 있던 기존 인물들도 12기에 이어 대의원직을 유지했습니다.

대외 부문에서는 지재룡 주중 대사와 자성남 유엔대사,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수석대표를 맡았던 원동연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장관급 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였던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등이 이번에 새로 대의원이 됐습니다. 박의춘 외무상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연임됐습니다.

종파 행위 혐의로 처형된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문경덕 당 비서와 로성실 전 조선민주여성동맹위원장 등은 대의원에서 탈락했지만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과 리영수 당 부장, 박명철 전 체육상 등은 대의원에 올랐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처인 김경희 당 비서는 중병설이 나돌았지만 대의원 직을 유지했습니다.

지난 9일 북한 매체에서 처음으로 공식 호명돼 권력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과 박재경 전 인민무력부 부부장, 김명국 전 작전국장 등 은퇴한 원로들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의 아버지 김효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도 대의원에서 빠졌습니다.

북한은 다음 달 초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1차 회의를 열어 국방위원회와 내각 등에 대한 인선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