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산 알루미늄 실린더 정보 버마에 요청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자료사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안보리에 연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저희 ‘VOA’는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편입니다. 김연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전문가 패널에 대해 잠깐 알아보죠.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기자) 유엔 안보리 산하에 대북제재위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 밑에 전문가 패널이 있는데요, 지난 2009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1874호에 의거해 설치됐습니다. 제재위원회를 도와서 대북 제재 조치들의 이행을 감시,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국들로부터 이행보고를 받는데 그치지 않고, 사안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방문 조사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소속 전문가가 몇 명이나 됩니까?

기자) 모두 8 명이고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합니다. 한국인도 한 명 포함돼 있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도 전문가가 뽑혔습니다. 활동 기한은 1년이고, 매년 안보리에서 기한을 연장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5월부터 지난 달까지 9개월간의 활동 내용을 담아서 지난 주말 안보리에 연례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번에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연례 보고서가 제출됐는데, 모두 유엔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 패널의 연례 보고서는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대북 결의상의 의무사항들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합니다. 북한은 유엔 결의 1718호와 1874호에 따라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물자와 기술은 금수 조치 대상입니다. 이걸 북한과 유엔 회원국들이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하는 겁니다. 또 사치품 금수 조치, 화물검색, 여행금지, 자산동결 같은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안보리에 권고사항을 제출합니다.

진행자) 회원국들로부터 이행보고를 받는다고 했는데, 실적은 어떻습니까?

기자) 별로 좋지 않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해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는 대북 결의 2094호를 채택하면서, 90일 안에 국가별 이행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192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현재 31개 나라만 제출한 상태입니다. 미국, 한국, 일본, 중국이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제출한 나라들 중에서도 구체적인 이행 조치를 설명한 나라는 몇 나라 밖에 없고 구체적인 내용이 별로 없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자) 그럼 먼저, 북한 핵 문제부터 살펴볼까요. 핵 개발을 중단하라는 유엔 결의를 북한이 계속 위반하고 있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까?

기자) 영변 경수로에 관한 내용이 주목할 만합니다. 북한이 핵연료 제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연료봉이 필요한데, 아직 자체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전문가 패널은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관련 장비와 기술을 들여와야 하는데요, 여기에는 압연기와 심봉, 지르코늄 합금 튜브 제작을 위한 주형, 그리고 초음파 검사기가 포함됩니다. 전문가 패널은 이 품목들을 북한에 수출할 때 주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에 관련된 금수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가 지적됐습니까?

기자) 북한이 계속해서 금지품목을 거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 패널의 결론입니다. 지난 9개월 동안 압수와 검색 사례가 각각 1 건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금수 조치 위반이 증가 혹은 감소 추세에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압수나 검색이 이뤄지더라도 대북제재위원회에 즉시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고, 모든 위반 사례가 다 적발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여러 단계를 거쳐 운송하는 수법을 통해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적발 건수가 줄어들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압수 사례가 있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기자) 지난 해 3월 일본 정부가 북한산 알루미늄 합금 실린더 5개가 실린 화물을 적발했다고 유엔에 보고했습니다. 우라늄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물품입니다. 당시 일본 언론이 이를 보도했지만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전문가 패널도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일본이라는 사실을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어느 나라로 가던 화물인지 밝혀졌습니까?

기자) 문제의 화물은 북한에서 중국 대련을 거쳐 제3국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지난 1월 중국이 전문가 패널의 요청을 받고 확인을 해줬는데, 북한 남포항에서 선적됐고 버마로 운송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전문가 패널은 이 문제를 계속 조사하고 있고, 버마에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화물검색 사례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무슨 화물이었습니까?

기자) 항공화물이었는데요, 북한에서 선적됐고, 스커드 미사일과 관련된 부품이었지만 금수 품목에는 올라 있지 않은 물품이었습니다. 지난 해 9월에 보고됐는데, 어느 나라에서 검색이 이뤄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 선적 서류에 있는 내용이 사실과 다를 가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확실한 내용을 파악할 때까지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전문가 패널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북한이 2012년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조사 결과 알아볼까요?

기자) 한국이 로켓 잔해를 수거했는데요, 외국산 부품이 많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과 중국, 스위스, 한국을 포함해서 모두 6개 나라에서 14 종류의 부품이 조달됐습니다. 어떤 경로로 조달됐는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관련 국가들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별히 눈에 띄는 부품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산과 미국산 메모리 반도체가 나와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포함해서 잔해에서 발견된 부품 대부분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금수 품목에 들어있지 않은 것들입니다. 다만 로켓 모터용 베어링은 부분적으로 금수 품목에 해당합니다. 제조업체들 모두 북한에 직접 판매한 적이 없다고 전문가 패널에 밝혔는데요, 북한이 자체 부품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적인 조달망을 이용해서 미사일 시스템을 조립하는 능력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 패널은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