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초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이번 가뭄이 2001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는데요, 김현진 기자와 함께 북한의 가뭄 실태와 수확량에 미칠 영향, 앞으로 기상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가뭄이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요?
기자)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24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요, 물이 부족해서 경작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것이 눈에 띄는데요, 이 방송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논 수 만 정보가 마르고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양 당곡협동농장의 한 주민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북한 주민/ 평양 당곡협동농장] “모내기 때부터 계속된 가뭄 현상으로 논 벼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크게 부족한가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요, 6월23일까지 강수량은 개성시 24mm, 황해북도 사리원시 28mm, 강원도 원산시 16.1mm를 기록했는데요, 세 지역 모두 평균강수량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지금까지 세 지역의 평균강수량은 개성시 112.3mm, 사리원시74.8mm, 원산시 132.3mm인데요, 평균강수량은 과거 30년 동안의 기온이나 강수량 등 기상 요소를 평균해 낸 수치입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가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무엇보다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민간과 군이 합동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안북도에서 “매일 수 십만 명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농장 포전들에서 인민군 군인들과 힘을 합쳐 물주기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매일 농민과 군인 수 십만 명이 투입돼 물을 퍼 나르고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도랑을 파 계곡 물을 끌어오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평양 당곡협동농장 주민의 말입니다.
[녹취: 북한 주민/ 평양 당곡협동농장] “우리 구역 안의 모든 일꾼과 종업원들은 지금 김매기, 물 주기 전투에 한 사람같이 떨쳐 나서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1990년대 후반에 100-200 km 물길 공사를 대대적으로 했고, 당시 이제 물 걱정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평안북도 관개 체계, 평안남도 관개 체계 등 세 차례 물길 공사를 통해 이전에 비해서는 물 공급이 좋아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흐름식 물길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유영 면적이 제한돼 있고,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잘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 자체가 북한이 굉장히 약합니다.”
또 북한에는 산에 나무가 없고 저수지에 물도 턱없이 부족해 조금만 비가 안 와도 가뭄 피해가 심각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가뭄이 북한의 곡물 수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적지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시 권태진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최근 수확 작업이 거의 끝난 감자 농사가 큰 타격을 받았을 거고요, 앞으로 옥수수 농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달 말까지 수확할 예정인 이모작을 50만t 이상으로 보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예상량 보다 10만t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입니다.”
권태진 연구원은 앞으로 기상 여건에 따라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수확량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그동안 부족한 식량을 수입이나 원조로 충당해 왔는데,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많이 줄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도 자금난을 이유로 대북 식량 지원 규모를 30% 줄였는데요, 결국 부족분을 메꾸려면 수입에 많이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태진 연구원은 북한이 곡물 수입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최근 동북부 지방도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크거든요, 이미 중국은 식량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하는 비용이 많이 올라 북한 내 시장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수입량을 늘려야 하는데 재정 부담이 있고 주민들은 시장 곡물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진행자) 하루 빨리 비가 많이 와서 가뭄이 해소돼야 할 텐데요, 앞으로 기상 전망 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 기상청이 제공하는 북한 날씨정보를 보면요, 내일 (27일) 북한은 대체로 흐리고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평안북도 지방은 대부분 흐리고 산발적인 비가 예상됩니다. 함경남도 함흥과 신포, 장진, 혜산, 풍산, 원산은 오후에 비 소식 있고요, 함경북도 청진과 성진, 삼지연도 비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나기성 비여서 가뭄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가뭄이 심한 황해도 지역은 구름의 양이 많겠지만 비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날씨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한국 기상청 이재용 북한담당 예보관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이재용, 북한담당예보관] “고기압 가장 자리에 들어 구름 많은 날씨가 예상됩니다. 28일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네. 반가운 비 소식이 있는데요, 토요일인 28일 북한 전역에 비가 내릴 전망이라고 합니다. 또 장마전선이 한국 제주도에서부터 올라가고 있는데요, 7월5일 무렵 충청도 지역까지 북상한 뒤 이후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이재용 예보관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루 빨리 가뭄이 해소돼야 할 텐데요. 지금까지 김현진 기자와 함께 북한의 가뭄으로 인한 피해와 앞으로 기상 전망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