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개발 ‘원조’ 사망...국방공업 분야 세대교체 가속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일 전병호 전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의 영전에 화환을 보내고 전병호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아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북한 핵무기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전병호 전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가 최근 사망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군수 책임자들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핵 개발 의지를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병호 전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가 88살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9일 보도했습니다.

전 전 비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는 공동 명의의 부고에서 오랜 기간 국방공업 부문의 중책들을 맡으면서 북한을 인공위성 발사국, 그리고 핵 보유국으로 만드는 데 특출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2011년 7월 전 전 비서가 1998년 파키스탄 군부로부터 핵 기술을 얻어내기 위해 현금과 선물을 제공하는 등 로비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 전 비서의 영전에 화환을 보내고 장례식장을 찾아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 걸쳐 군수공업을 책임져 온 전 전 비서는 지난 2012년 5월 명예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2선으로 후퇴했습니다.

전 전 비서 후임으로 군수 분야 최고 직책인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를 맡은 사람은 5년 간 군수공장이 밀집된 자강도 당 책임비서를 지냈던 박도춘입니다.

한국의 북한 군부 연구 권위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는 김 제1위원장 시대 들어서 국방공업 분야의 세대교체를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 의지를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 “박도춘은 현재 군수담당 비서로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을 맡고 있고 대장 계급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인민군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후보위원을 맡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전통적인 군 지휘관보다 그 위상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김정은이 그만큼 핵과 미사일 개발에 김정일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국방위원회와 내각에서도 군수공업 분야 책임자로 새롭게 젊은 인물들이 발탁되고 있습니다.

군수경제를 담당한 2경제위원회 위원장 직책으로 10년 넘게 국방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백세봉은 지난 4월 조춘룡에게 자리를 내줬습니다.

또 86살의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도 오랫동안 국방공업 분야 2인자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 4월 역시 국방위원회 위원에서 물러났습니다.

주 부장은 9일 발표된 전 전 비서 장의위원회 명단에서도 조춘룡 2경제위원회 위원장 뒤인 85번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성장 박사입니다.

[녹취: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 “일단 국방위원회에서 백세봉과 주규창이 빠지고 그 자리를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조춘룡이 차지했으니까 국방위원회에서 군수공업을 이끌어가는 실무자 나이가 20~30년 더 젊어졌죠”

주 부장의 뒤를 이어 당 기계공업부의 실세로 떠오른 인물들은 강관일과 홍영칠 홍승무 부부장 등입니다.

강관일과 홍영칠은 김 제1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에 자주 동행하고 있습니다. 홍승무는 지난해 1월 말 김 제1위원장이 3차 핵실험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과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 참석한 인물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