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보전략서 발간…“여건 성숙되면 북한과 평화체제 논의”

한국 청와대 건물 (자료사진)

한국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을 체계적으로 밝힌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군사적 신뢰 구축 등 여건이 성숙되면 북한과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13일 박근혜 정부의 국방과 통일, 외교 분야 정책을 통합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책서 ‘희망의 새 시대, 국가안보전략’을 발간했습니다.

청와대는 이 책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과 관련해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에 노력하고 진전 상황에 따라 실질적인 군비통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런 노력을 통해 여건이 성숙되면 북한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거나 정전체제를 무시하려 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추진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수립된 1차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가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2차 계획에선 빠졌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구상을 전략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고려하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면서 상호 비방과 도발 중단, 우발적 충돌 방지, 그리고 교류협력 사업의 군사적 보장을 요구하고 단계적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복안도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또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5.24 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의중을 밝힌 세부 정책목표도 제시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소규모 무역을 재개하고 각종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상업투자를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개성공단 또한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따라 기업의 추가 입주, 투자 확대, 근로자 숙소 건설 그리고 통신 환경과 통행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밝힌 민생 인프라 지원과 관련해서도 복합농촌단지 조성사업이나 산림녹화 지원 등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업들로 제시했습니다.

북 핵 문제에 대해선 불용 원칙을 견지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전략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과의 소규모 다자협의를 활성화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과 관련해선 미사일 공격에 맞선 대안으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제시했고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선 백신과 치료제 개발, 범 정부 차원의 대응체계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한반도 안보정세와 관련해선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고위층의 잦은 인사교체와 주민통제로 사회 저변에 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지역과 계층 간 양극화 심화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차츰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정책서 발간이 국방과 통일 외교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기조인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제들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평화체제 논의 가능성 등 눈에 띄는 대목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평행선을 달려 온 전제조건들이 붙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관건은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 태도와 한국 정부의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