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교황 두 차례 방한서 한반도 평화 기원

로마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89년 10월 8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제 44회 성체 대회를 마감하는 미사에는 70만 명 이상이 참석했다.

가톨릭 교황의 한국 방문은 지난 1984년과 198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두 차례 한국을 찾았던 요한 바오로 2세는 방문 때마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대한뉴스]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을 맞이해서 5월3일 오후 2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로마 가톨릭 교황의 한국 방문은 지난 1984년 처음 이뤄졌습니다. 한반도에 가톨릭이 들어온 지 2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한 방문이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땅에 입을 맞추고 “순교자의 땅”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한반도에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가 깃들길 기원했습니다.

교황은 도착성명에서 한국어로 인사해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녹취: 요한 바오로 2세]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한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란 옛 표현으로 한국 방문 일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방한 기간 동안 한반도 천주교 순교자 103 명을 성인으로 모시는 시성식을 주례했습니다. 수 십만 평의 광활한 여의도 광장에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밖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광주를 비롯해 대구, 부산을 방문해 종교의식을 행하는 한편 노동자, 서민, 소외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록도 방문을 강행해 한센병 환자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고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했고, 청와대 방명록에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하느님의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9년에도 한국을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 성체대회를 위해섭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때도 65만 명이 몰린 여의도 광장 행사에서 남북한의 화해를 기원하는 연설문을 낭독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생전에 한반도가 자신의 모국인 폴란드와 같이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민족의 정통성을 꿋꿋이 지켜왔다고 평가했으며,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쏟았습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방문 권유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1996년부터 2005년 선종 때까지 매년 30만 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는 종교로 2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한반도는 세계 가톨릭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나라입니다. 230년 전 조선의 지식인들이 중국에서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접하고, 자발적으로 교리 연구를 시작한 뒤 평신도들이 신앙공동체를 만든 것입니다.

2011년 현재 한국의 천주교 신자는 522만 명으로 세계에서 47번째, 아시아에서 5번째로 많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