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의 한국 방문에 때 맞춰 한국 천주교가 북한 신자들을 초청한 데 대해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한 합동군사연습 등 미국과 한국의 긴장 고조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주관하는 천주교 행사에 북한 천주교 신자들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한국 천주교 관계자는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조선가톨릭협회 측이 지난 달 말 한국 측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앞으로 팩스를 보내 ‘지금 서울에 나가기에는 생각이 많다’고 알려왔다고 전했습니다.
‘생각이 많다’는 말은 예의를 갖춰 거절한다는 뜻의 북한식 표현으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겁니다.
한국 천주교 인사들은 지난 5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측 천주교 인사들을 만나 오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달라고 초청했었습니다.
북한은 또 5.24 제재 조치와 미-한 연합군사훈련 등으로 긴장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해 달라고 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행사 불참 이유를 미국과 한국의 긴장 조성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공교롭게도 18일은 미-한 을지프리덤 가디언 훈련을 시작하는 날이어서 이를 구실로 삼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천주교는 하지만 북한 천주교 측에 거듭 초청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 합동미사 문제로 북한 측과 대면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천주교 대북 민간단체의 방북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통일부는 ‘평화 3000’이 합동미사 등 남북 공동행사 협의와 관련해 방북을 신청한 데 대해 이를 8월 5일 승인했습니다.”
방북 인원은 박창일 신부와 윤종일 신부 등 6 명이며 7일 오전 9시 출경해 개성에서 조선가톨릭협회 서철수 서기장 등 관계자들과 실무접촉을 가질 예정입니다.
‘평화 3000’의 방북은 매년 9월 있는 남북 합동미사와 관련한 협의 때문이지만 이번엔 교황 방한과 관련한 북한 신자들 초청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측은 북한 측의 불참이 아직 확정된 상황은 아니라며 교황 방한이 워낙 쉽지 않은 기회여서 아직은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