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16일 싱가포르를 끝으로 동남아시아 5개국 순방을 마칩니다. 리 외무상은 방문국 고위급 관리들을 접촉하며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의 의장성명에는 올해도 북한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동남아 5개국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싱가포르에 도착해 14일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습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성명에서 두 나라 장관이 양국 관계 협력과 지역안보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샨무감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특히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북한 뿐아니라 지역 전체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성명은 전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지난 5월부터 장기간 중동과 아프리카, 스위스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 취임 후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5개국을 방문했습니다.
리 부상은 일부 방문국에서 정상들과 접촉하며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고립된 북한의 외교적 입지와 교역 확대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첫 방문국인 라오스에서는 촘말리 사야손 대통령과 총리 등 고위급들을 잇달아 접촉했습니다. 라오스 관영 ‘LN TV’는 양국 외무장관이 회담에서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아 정보교환과 정기 교류, 경제협력 확대 등 포괄적인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LN TV] “During the meeting, both side agreed to continue to visit…..”
리 외무상은 두 번째로 최근 10년 이상 교류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베트남을 방문해 교류 확대를 시도했습니다.
‘베트남의 소리’(VOV) 등 베트남 관영언론들은 리 외무상이 북한과 베트남 수교 65주년을 맞아 경제와 문화, 스포츠 분야의 교류 확대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해 직접투자가 거의 없는 베트남에 투자 유치와 교역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MPI)에 따르면 북한은 대부분 요식업에 집중해 120만 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한 반면 베트남은 직접투자 없이 지난해 상반기 370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이 열린 미얀마를 방문해 별도로 중국, 일본, 아세안 회원국들과 외무장관 회담을 가지며 외교적 고립 탈피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의장성명에 북한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고립의 벽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의장성명은 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 의무 준수 등을 강조해 북한의 국제법 준수를 애둘러 촉구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미얀마 방문 중 11일 테인 세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면담하고 우호협력 확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서방언론들은 개혁개방을 추진 중인 미얀마 정부가 북한과 전통적 군사관계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지만 무기 거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이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6자회담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중재 역할을 요청했습니다
마르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13일 리 외무상을 만난 뒤 북한 측이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나탈레가와 장관은 이 제안이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특히 이날 대통령 당선자인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를 면담하고 북한을 방문해 달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위도도 당선인은 초청에 응하겠다며 경제와 문화, 스포츠 분야에서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원자재를 중심으로 적어도 5천만 달러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했습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비누와 옷감 등 경공업 제품 위주로 100만 달러 정도를 수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북한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하나로 지난 5년 간 두 나라의 교역 규모가 45 퍼센트 이상 증가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 신문이 전했습니다.
리수용 외상은 13일부터 16일까지 마지막 방문국인 싱가포르에 머물며 투자 유치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싱가포르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교역을 확대하며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코트라에 따르면 두 나라의 교역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 대비 26.9 퍼센트 증가했으며 주요 거래 품목은 담배 원료와 금 등입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2년 북한에 4천 9백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수입은 76만 달러였습니다.
싱가포르의 대북 교류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는 14일 리수용 외무상의 싱가포르 방문은 전례로 볼 때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