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한 군사훈련인 을지연습이 끝나고 나서 오히려 한국을 향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의도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된 비난의 대상은 미-한 군사훈련과 아시안 게임 응원단 문제입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을지연습이 끝나던 지난 28일 밤 조선중앙TV에서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잇따라 여러 관변매체를 활용해 한국에 대한 비난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인천 아시안게임 응원단 문제와 관련해 남측이 응원단 규모 등에 트집을 걸면서 응원단 파견이 무산됐다고 남측에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한국 정부가 미-한 합동 군사훈련을 계속 감행하면서 한편으론 대화를 거론하는 것은 소용 없다며 기존 남북합의의 존중을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지난 2일 남측이 대화를 원하면 UFG 연습을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또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3일 ‘응원단 파견을 무산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글을 게재하는 등 연일 남한을 비난하는 글을 싣고 있습니다.
북한 관변 매체들의 이 같은 논조는 미-한 합동 군사훈련이 끝나면 북한이 고위급 접촉 등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일단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미-한 군사훈련 종료와 인천 아시안게임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의 분석입니다.
[녹취: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북한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서로 기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적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한 당분간 남북대화 개최 가능성이 낮다, 전 그렇게 전망합니다.”
북한은 한국 측이 지난달 11일 제안한 고위급 접촉에 대해 아직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았습니다.
이 또한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박근혜 정부에 끌려가지 않고 판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고위급 접촉 등 대화의 여지는 여전히 열어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UFG 연습을 계속 문제 삼는 것은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방문과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총회 참석 등에서 북한의 입지를 강화하는 근거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