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과거사 문제와, 북한 핵 등 일본과 협력이 필요한 다른 분야의 문제들을 분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전임 총리가 내일 (1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베 신조 총리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해 역사 문제와 역사 이외의 문제는 분리해서 대일 외교를 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역사 이외의 문제로는 북한 핵과 같은 전략적 이해를 함께 하는 부분이나 경제협력, 문화교류, 인적교류 분야 등을 꼽았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특히 최근 한국 외교 국이 차관급 전략대화와 안보정책협의회 등 정체 상태에 놓인 일본과의 협의 채널들을 가동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일본 위안부 문제와 같은 과거사 현안에 대해선 원칙을 갖고 대응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종래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리대응 방침이 빠르게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입니다.
이런 가운데 모리 요시로 일본 전 총리가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 1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리 전 총리 측에서 요청이 들어왔고 면담이 준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신문들은 모리 전 총리가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조야에선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이번 모리 전 총리의 박 대통령 예방도 이를 위한 외교적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리 전 총리가 가져올 아베 총리 메시지에 한국 정부가 요구해 온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 등이 담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입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결단을 내려야 경색된 양국 관계를 푸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이 분들에게 사과하고 또 명예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기를…”
따라서 일본이 한-일 간 핵심 의제인 일본 군 위안부 문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윤병세 외교장관의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남북 외교수장 간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은 항상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 측의 일정 등 물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