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2명이 가족 상봉을 위해 18일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숨진 가족의 유골 반출을 요청할 계획이어서 북한 측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86살 방흥규 씨는 지난해 까지도 90살을 훌쩍 넘겼을 누나와의 재회를 꿈꿨습니다.
[녹취: 방흥규 씨, 86세 이산가족] “그런 여자는 지금 세상에서 찾을 수 없을 것 같애. 갈 수 있으면 한번 제 인생에 주어진 기회라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날아온 건 3년 전 사망했다는 통지뿐, 70년 전 시집가던 누나의 모습이 결국 마지막이 돼 버렸습니다.
1946년 고향 평안북도 정주를 떠나면서 헤어진 누나를 다시 만날 수 없게 됐지만, 방 씨는 그래도 방북을 결심했습니다.
누나의 아들, 딸과 손주들 모습에서 고인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방 씨는 샌프란시스코 ‘북가주 이북5도민 연합회’의 주선으로15일 출국해 한국과 중국 심양을 거쳐 18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특히 이번 방북 기간 동안 누나 유골의 일부라도 반출할 수 있는지 북한 측에 문의할 계획입니다.
[녹취: 방흥규 씨, 86세 이산가족] “(유골을) 가져오면 우리 어머니 묘소에다 같이 합쳐 놓으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앞서 한국계 미국인 의사 박문재 씨가 지난 5월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현지에 묻힌 누나의 유골을 미국으로 옮겨왔다는 소식에 기대를 걸어보는 겁니다.
방 씨의 방북길에 동행한 또 한 명의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이건용 씨 입니다.
지난 1988년 평양에서 38년 만에 만난 형은 4년 뒤 세상을 떠났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던 형수와 조카 5남매의 행방을 이번에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지난 7월 ‘VOA’에 4년 전 아내와 사별하면서 형의 남은 혈육과 재회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 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건용 씨, 77세 이산가족] “가족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고, 형님이 돌아가시고 안 계신데 자녀들이 잘 되었는지 굉장히 기대되고 그렇습니다.”
또 함경남도 덕성에 묻혀 있던 형의 묘가 이장된 것으로 들었다며, 북한 당국에 유골 반출 허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건용 씨, 77세 이산가족] “할 수 있으면 모셔다가 우리 부모님 계시는 한국에 모시고 싶어요.”
두 사람은 오는 25일까지 7박8일 동안 평양의 해방산 호텔에 머물면서 가족과 2박3일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이번 가족 상봉은 당국 차원이 아닌, 민간 기구가 북한 측과 직접 접촉해 결실을 맺은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북가주 이북5도민 연합회’ 백행기 사무총장은 지난 2012년 11월 회원들의 북한 내 가족 상봉 가능성을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타진한 뒤 1년 여 만에 승인을 얻어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그 동안 이산가족 상봉시 신청자들로부터 비료와 옥수수 값 명목으로 받아온 ‘지원금’도 절반 이상 낮추는 등 성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17일 ‘VOA’에 이번 방북을 계기로 현지에 묻힌 이산가족의 유골 반출 논의가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행기 사무총장] “가족 찾기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돌아가신 누님의 유골을 혹시나 반환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말도 그 분들한테 전해서 차기에 내년이고 후년이고 다시 한 번 방북할 기회도 계획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첫 번째 방북을 순조롭게 마치면 북한 당국과 협의해 이 행사를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