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지역 언론, 케네스 배 석방 촉구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지난 1월 평양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수의 차림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제프리 파울 씨가 최근 석방되면서 나머지 2 명의 미국인 억류자들도 풀려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설문조사에서는 압도적 다수가 억류 미국인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에 사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서부 워싱턴 주에서 발행되는 `시애틀 타임스' 신문은 지난 24일 `북한에서 미국인이 또 풀려났는데 케네스 배는 왜 안 풀려나나?' 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케네스 배 씨는 한 때 워싱턴 주 시애틀 시 근교에서 거주했었습니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막후에서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배 씨의 가족들에게는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며, 파울 씨 석방으로 케네스 배 씨 석방에 대한 희망이 되살아났다고 밝혔습니다.

신문은 특히 북한이 파울 씨를 아무런 대가 없이 풀어주고, 또 미 군용기가 그를 수송하도록 허락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케네스 배 씨를 수감해서 얻을 것은 없다며, 나머지 억류 미국인들도 북한에서 나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 탄원전문 사이트인 ‘체인지닷오그’에는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탄원하는 서명자 수가 27일 현재 17만 6천 5백 명을 넘었습니다. 배 씨의 아들 조너선 씨는 20만 명의 서명을 모아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미 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케네스 배 씨의 가족은 지난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파울 씨의 석방은 배 씨 석방에 대한 희망을 주는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배 씨가 계속 허리 통증에 심장병을 앓고 있고, 지난 몇 개 월의 고된 노동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우려했습니다.

가족은 북한 당국이 배 씨에게 자비를 베풀어 석방하고 전세계에 선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 국무부에는 배 씨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편 미국인들은 억류 미국인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북한에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 서부 미시건 주의 `TV6' 방송은 최근 `미국이 북한에 사과해야 하나?'라는 내용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북한 측이 억류된 미국인 2 명이 석방되려면 북한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방송에 따르면 27일까지 설문조사에 응한 530여 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82%가 미국 정부가 사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8%에 불과했습니다.

사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자들은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 `억류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북한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 잘못이 아니다' 는 등의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사과해야 한다는 응답자들은 `빈 말로라도 사과하고 미국인들을 구해야 한다' 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 씨는 지난 2012년 11월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지난해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현재 23개월째 억류 중입니다.

또다른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 씨는 올 4월 억류돼 간첩죄로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