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국인 억류 사태가 전격적으로 해결되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색된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도 변화가 모색되면서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 정세 흐름이 다시 빨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인 억류자 석방을 위해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안보국장이 북한을 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과 중-일 정상회담 개최는 우연히 시기상으로 맞물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한반도 주변 동북아시아 관련국들의 전략적 선택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더욱이 1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계속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중과 미-한으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정세 변화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북한의 핵 정책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것만으로는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북-미 관계에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번 석방이 미국과 북한 양측의 이해가 맞물린 절묘한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앞으로 양측의 움직임이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년 반 만에 성사된 중국과 일본의 정상회담도 동북아 정세를 가파르게 할 요인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두 나라 정상회담은 지난 6일과 7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회의 국장의 협의를 거쳐 성사됐습니다.
양 국무위원과 야치 국장은 센카쿠, 중국명 다오위다이 열도 문제와 역사 인식 등에 대한 4개 항의 합의를 함으로써 정상회담 개최가 극적으로 성사됐습니다.
중-일 정상회담에 앞선 4개 항의 합의는 센카쿠 문제에 대해 두 나라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식의 합의로 이뤄졌습니다.
이에 따라 중-일 정상회담 개최도 구조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대세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양한 활동을 펼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이후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북 핵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 북한인권 문제, 미-한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상원과 하원에서 여당보다 야당의 의석이 많은 `여소야대' 상황이 전개된 가운데 열리는 정상회담이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10일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예측됩니다.
FTA가 체결되면 지난 1992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한-중 관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경제교류가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