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이 유엔총회에 제출된 가운데, 쿠바가 이에 대한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쿠바의 수정안은 미국과 유럽연합, 한국, 일본 등 50여개 나라가 공동 제안한 결의안 초안에서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쿠바는 수정안에서 ICC 회부라는 표현이 앞으로 어떤 개발도상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인권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적인 접근법을 채택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접근법으로는 북한과 다른 나라들 간 인권대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북한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간 기술적인 협력 등을 제시했습니다.
쿠바는 수정안을 이미 일부 유엔 회원국들에 배포했으며, 곧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유엔 소식통이 `VOA'에 밝혔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쿠바가 수정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절차와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유엔에서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의 수정안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총회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고, 유엔 인권이사회도 전신인 유엔 인권위원회가 지난 2003년 처음으로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올해까지 11년 연속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정안이 제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쿠바의 이번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군요?
기자)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 조항이 포함된 올해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초안에서 이 조항을 빼기 위해 유럽연합 측과 협의를 벌여왔고, 특히 이 과정에서 결의안 내용의 수정을 전제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방북을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수정안은 북한과 우호관계에 있는 쿠바가 북한 측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쿠바는 그동안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유엔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 줄곧 반대해 왔습니다.
진행자) 쿠바가 수정안에서 ICC 회부라는 표현이 앞으로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아프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자신들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특정 국가에 대한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진행자) 쿠바가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수정안을 제출하면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이 두 개가 되는 셈인데요, 어떻게 처리되나요?
기자) 쿠바의 수정안이 제출되면, 초안의 공동 제안국들은 수정안을 수용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용하기로 결정이 내려지면 원안에 수정안의 내용을 반영해 새로운 초안을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초안 공동 제안국들이 수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표결에 들어가게 됩니다. 먼저,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실시되는데요, 1백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결의안 초안을 수정해야 합니다. 반면, 수정안에 대한 반대가 많을 때는 수정안을 폐기하고 원래의 초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됩니다.
진행자) 꽤 복잡한 상황인데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쿠바가 제출한 수정안이 채택될 전망에 대해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서방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수정안이 표결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ICC 회부 문제가 언제든 정치적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는 나라들이 수정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일본은 자신들이 작성한 결의안 초안이 유엔 회원국들의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결의안 초안의 공동 제안국이 50여개 나라인데요, 유럽연합 대변인은 13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초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실시됐던 과거의 사례는 어떤가요?
기자) 지난 2011년 유엔총회 제3위원회 표결에서는 찬성 1백12, 반대 16, 기권 55로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됐고요, 2010년에는 찬성 103, 반대 18, 기권 60으로 통과되는 등 반대보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결의안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일정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오는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쿠바가 수정안을 제출하면 이 일정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3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유엔총회로 넘겨지는데요, 유엔총회는 12월에 이 결의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쿠바가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에서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마련한 것과 관련한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