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 매튜 밀러 씨가 자신의 억류 뒷이야기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억류를 자청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밀러 씨는 18일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북한에 들어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밀러 씨는 판에 박힌 관광코스 이면에 숨겨진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 대해 알고 싶었다며, 북한 주민들과 직접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었고, 정치적 목적이나 간첩 행위를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관광객의 신분으로 북한에 입국했고, 북한에 전향 의사를 밝히려 했다는 겁니다. 물론 일이 잘못될 경우 수감 생활은 물론 고문까지 각오했다고 밀러 씨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북한 당국이 자신을 체포하지 않을까 봐 평양행 비행기 안에서 비자를 훼손했고, 북한에 입국하기 전 중국에서 미리 공책에 자신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데 관심이 많은 해커라는 거짓 기록을 남겼다고 고백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며, 미국 정부가 자신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거나 북한과 협상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말도 적어 놓았습니다.
실제로 밀러 씨는 북한에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미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밀러 씨의 주장을 믿지 않았고 처음에는 체포한 다음날 비행기로 출국시키려 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러 씨가 계속 출국을 거부하자 북한 당국은 밀러 씨를 평양의 양각도 호텔로 데려갔습니다. 여기서도 출국시키려는 북한 당국과 이를 거부하는 밀러 씨의 실랑이가 계속됐습니다.
결국 북한 당국은 밀러 씨가 입국한 지 3주째가 되자 다른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이미 억류돼 있던 초대소로 밀러 씨를 보냈습니다.
북한 당국은 밀러 씨의 형이 미 공군 F-35 전투기 시험조종사인 사실도 알았지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밀러 씨의 진짜 입국 목적에 대해서만 추궁했습니다.
밀러 씨는 지난 9월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서야 평양 인근의 수감시설로 이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곳에서 돌을 나르고 잡초를 뽑았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씨는 수감 생활 동안 통역사와 가까이 지냈고 다양한 북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신이 뜻했던 것을 이뤘다면서도, 북한과 미국 당국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데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씨와 케네스 배는 지난 8일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