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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케네스 배 어머니 “보고 싶은 아들, 고생 많았어”


지난 2년간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전격 석방된 케네스 배 씨가 8일 미국 워싱턴주에 도착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전격 석방된 케네스 배 씨가 8일 미국 워싱턴주에 도착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아들이 2년 만에 북한에서 석방됐다는 소식에 케네스 배 씨의 어머니 배명희 씨는 웃고 울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모두 감격스러운 재회를 고대하고, 배 씨 석방 운동에 앞장서온 미 정치인도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734일만의 귀환, 배 씨를 기다리는 지인들의 반응을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오디오 듣기] 케네스 배 어머니 “보고 싶은 아들,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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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정말 다시 만나게 되는 건지, 어머니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녹취: 배명희 씨] “하도 오래 기다려가지고 진짜인지 아닌지도 벙벙하더라고요. (웃음)”

8일 새벽에야 석방 소식을 들은 케네스 배 씨의 어머니 배명희 씨는 평소처럼 새벽기도에 가서야 울음이 터졌습니다.

2년 만에 얼굴을 비비게 될 아들, 그리움엔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녹취: 배명희 씨] “할 말을 잃을 것 같아요. 뭐라고 말을 하겠어요. 그냥 그동안 고생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찜과 된장찌개 재료를 잔뜩 사왔지만 손이 떨려서 요리를 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저 2년 간 함께 걱정해 준 이들, 특히 미국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녹취: 배명희 씨] “그 긴 긴 시간 동안 우리가 힘들었던 것 만큼 국무부에서도 이 일 해결을 위해서 정말 많이 힘들었으리라고 생각해요. 같이 인질이 된 것 같았겠죠. 그래도 우리가 늘 불평할 때 들어주시고, 또 해결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준 데 대해서 정말 감사 드려요.”

또 지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유나 리 씨가 배 씨 억류 내내 가족 곁에서 힘이 돼 줘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유나 리 씨는 그동안 배 씨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을 주도하고 익명으로 석방기원 영상 수 편을 제작하는 등 적극적인 물밑 지원을 보태왔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가족하고 배준호 씨를 위해서 기쁜 마음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배준호 씨가 2년 동안 거기 계시는 동안에 다시 제가 북한에서 잡혀 있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이제 배준호 씨 오셨으니까 저도 같이 자유가 된 것 같아요, 그 시간에서.”

유나 리 씨는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억류 중이던 배 씨와 편지를 주고 받았던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모두 가명으로 보낸 편지들이었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한 스무 차례 제가 편지를 보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편지 내용이, 아무래도 제가 그 분 상황을 잘 아니까 내용을 특별하게 느끼셨었나 봐요. 그래서 한 번은 답장을 가족을 통해서 보내주셨더라고요.”
기약 없이 답답한 처지에 대한 위로와 일상적인 미국 소식을 담은 편지들을 통해 배 씨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배 씨의 여동생 테리 정 씨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침 일찍 국무부로부터 오빠가 매튜 토드 밀러 씨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오빠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데 대한 안도와 감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감격해 했습니다.

또 곧 오빠를 안아볼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그가 더 이상 노동수용소에 있지 않아도 되고 수감생활을 벗어나 부인과 자녀와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특히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준 미국 정부와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그리고 미국인들의 귀환을 허가한 북한 당국에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배 씨의 귀환이 실감나지 않는 건 30년 지기 친구들도 마찬가집니다.

배 씨와 미 서부 오리건대학을 함께 다닌 데니스 권 씨는 결혼식 들러리를 설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친구의 귀환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권 씨] “(웃음) 너무 기쁜 소식에 표현을 못 하겠네요. 너무 반가운 소식이고, 우리 친구 빨리 오는 대로, 미국에 들어오는 대로 가서 만나 봤으면 좋겠네요.”

억류 미국인들 석방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미 정치인은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이었습니다.

[녹취: 찰스 랭글 의원] I am so excited about this overture…”

랭글 의원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의 이번 조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억류 미국인들의 가족에게 매우 기쁜 일일 뿐아니라, 북한 당국으로부터 화해와 통일에 대한 작은 태도 변화를 기대하게끔 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북한에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을 여러 차례 촉구하고 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했던 랭글 의원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한반도 평화와 통일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정치인으로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친선과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억류 미국인 석방을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랭글 의원은 또 남북한 간 대화를 통해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10만 명 가운데 일부라도 북한의 가족과 재회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아들, 오빠, 남편, 아버지의 빈자리를 한꺼번에 채우게 될 배 씨의 귀환.

케네스 배 씨 가족들은 오는 27일 마침내 온 가족이 추수감사절 식탁에 안게 됐습니다.

[녹취: 배명희 씨] “(웃음) 아이, 오늘같이 기쁜 날이 더 어디 있겠어요?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한 번 기뻐해 보내요.”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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