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개봉 취소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민주국가에서 보장되는 기본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훼손됐다는 겁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유력 신문들이 영화 ‘인터뷰’의 개봉 계획을 취소한 미국 소니 영화사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당초 소니는 이 영화를 성수기인 25일 성탄절에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극장 업체 대다수가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소니를 해킹한 'GOP '(평화의 수호자)라는 이름의 단체가 지난 2001년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을 언급하면서 영화 ‘인터뷰’ 상영 계획을 중단하라고 위협한 뒤 나온 겁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국가가 미국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공격한 사건으로 소니 해킹 사건이 비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소니 해킹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예술적인 풍자로 모욕을 받는 사람이 있더라도 검열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 같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영화 개봉을 취소하라는 협박은 용납될 수 없으며 응분의 대응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감안한 소니의 결정은 이해할만 하지만 이로 인해 불량정권과 범죄자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전례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소니의 조치를 `굴복'으로 표현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과 다른 범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발하고도 기만적인 방법만 동원하면 강탈에 성공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북한에 사이버 공격으로 보복한다면 한반도와 북-일 관계에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더 고통을 받게 할 방법을 찾고, 국제사회가 이번 해킹 사건을 조사해 유엔 안보리에서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은 익명의 단체가 성탄절 성수기에 빵집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고 해서 모든 빵집이 문을 닫아야 하겠냐며, 소니는 극장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통해서 관객들이 영화 ‘인터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소니가 굴복하면 이와 유사한 위협과 사태가 계속 벌어질 것이라며, 예술가들이 권력자를 모욕하는 작품은 절대 억압받을 수 없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USA 투데이’ 신문은 영화 ‘인터뷰’의 개봉 취소로 미국 영화계가 줏대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정은이라는 독재자가 영화 개봉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은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의미하며, 이런 전례가 남으면 북한은 크게 고무돼 또다시 다른 목표를 찾으려 들 것이라는 겁니다.
이 신문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소니라는 개별 기업이나 예술적 표현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국가 주도의 사이버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또 북한 방송망과 컴퓨터망을 교란시키는 등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미국의 전력망이나 금융기관들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