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신동혁, '자서전 오류' 인정…"인권운동 중단할 수도"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 (자료사진)

북한 정권의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의 북한 내 행적에 일부 오류가 있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신 씨는 앞으로 북한인권 운동을 중단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탈북자 신동혁 씨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관한 증언을 담은 자서전의 일부 오류를 시인하고, 북한인권 운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신 씨는 18일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원히 감추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 일부를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됐다면서, 그동안 자신을 응원하고 믿어줬던 이들에게 너무 감사하면서도 미안하다고 밝혔습니다.

신 씨는 이어 현 시점에서 정치범 수용소 철폐 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도, 계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인권 운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신 씨는 그러나 "세계는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여전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 것이 자신의 마지막 말이자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 등은 신 씨의 자서전 '14호 수용소 탈출'의 집필자인 언론인 블레인 하든 씨의 말을 인용해, 신 씨가 자서전 내용의 일부가 거짓임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 씨는 당초 자서전에서 13살 때 수용소를 탈출했다가 붙잡혀 고문을 당했다고 기술했지만 20살 때 일이라고 정정하는 등 정치범 수용소 체험과 관련된 일부 장소와 시기 등을 번복했습니다.

신 씨는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가운데서도 가장 인권 유린이 심각한 `완전통제구역'으로 알려진 `14호 수용소'에서 복역한 유일한 탈북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 씨는 탈북 이후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실태를 알리는 상징적인 인물로 활동해왔으며, 최근까지도 유엔과 미국 의회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을 증언해왔습니다.

신 씨의 증언은 특히 유엔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신 씨는 18일 `뉴욕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자서전의 오류를 시인할 경우 북한인권 운동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친구들 때문에 사실 확인을 망설였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정치범 수용소 출신 일부 탈북자들은 신 씨가 아예 `14호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브래드 애덤스 아시아 담당 국장은 `뉴욕타임스' 신문에, 신 씨의 사례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1년 간에 걸친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위원장도 이 신문에, 위원회의 보고서가 지난 70년에 걸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실태를 다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최종 보고서는 1년 여에 걸쳐 80여 명의 증언과 240여 명의 비공개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