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단체,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 인권 실태 유엔 조사 청원

12일 북한 인권단체 NK워치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북한 해외파견 근로자 인권피해 실태 유엔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외화벌이를 위해 쿠웨이트와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제3국으로 파견을 갔던 북한 근로자 출신 탈북자들이 오늘 (1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도 거의 받지 못한 채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국의 인권단체는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유엔에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살던 김모 씨, 해외파견을 나가면 한 달에 100 달러씩 벌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1990년대 말 당시 장사를 했지만 1년에 100 달러 벌기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가 파견된 곳은 러시아 아무르 주, 한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지역입니다.

김 씨는 2000년부터 3년 간 이 곳에서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8시간을 꼬박 벌목공으로 일했습니다.

[녹취: 러시아 벌목공 출신 탈북자 김모 씨] “러시아는 겨울 밖에 일 못합니다. 러시아 자체가 습지대고 웅덩이가 많다 보니까 여름에는 차가 들어가지 못해요. 산에서 내려온 나무를 잘라서 수출품, 일반 건설 목재, 선별하는 작업입니다. 제일 높은 날씨가 영하 57도에서 일해봤습니다. 16mm 이런 배에서 쓰는 닻줄, 쇠고랑이 다 끊어져 나갈 정도입니다.”

여름에는 벌목 일을 할 수 없어 간부에게 뒷돈을 줘가며 외부에 나가 이삿짐을 나르거나, 상점의 짐을 날라주는 청부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버는 돈은 하루 50 루블, 미화 1.7 달러 정도였습니다.

[녹취: 러시아 벌목공 출신 탈북자 김모 씨] “다른 나라 사람들, 러시아 사람들 일하는데 어쩌다 가보게 된 겁니다. 보니까 그 사람들은 하루에 러시아 돈 천 원 이상 버는데요. 하루에 천 원이면 30 달러 이상입니다. 나는 하루에 도대체 얼만큼을 버는가, 어느 정도로 내가 돈을 뜯겼는가 그런 게 느껴지거든요.”

쿠웨이트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또 다른 해외파견 근로자 림모 씨 역시 임금을 받지 못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3~4개월째 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간부에게 항의했지만 당에서 돈을 주라는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림 씨는 밝혔습니다.

[녹취: 쿠웨이트 건설 현장 근로자 출신 탈북자 림모 씨] “가족을 생각하면 돈을 벌어 집에 가져가거나 인편으로 보내야 하는데 돈을 안주는 것이었습니다. 지배인이 하는 말이 당에서 아직 주라는 말이 없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북한에서 당은 곧 수령이에요. 거기다가는 아무도 말 못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노예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풍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북한인권 단체 ‘NK워치’는 증언을 한 김모 씨와 림모 씨와 같은 북한의 해외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를 다음달 유엔 인권이사회에 요청할 계획입니다.

NK워치 안명철 대표는 지난해부터 해외근로자 출신 탈북자 13 명을 심층 인터뷰해 만든 청원서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현대판 노예제도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안명철 NK워치 대표] “유엔제도에 보면 ‘현대판 노예제도 특별보고관’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를 인용해서 북한에서 파견된 해외근로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 또한 인권 착취를 해서 북한 정부의 비자금 조성 및 통치자금 조성을 위해 북한 근로자들을 노예처럼 혹사시키는 사실에 대해 유엔 차원에서 조사를 해달라고 청원하게 되었습니다.”

NK워치는 아울러 유엔특별보고관이 북한 파견근로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청할 방침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