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북단체 "전단 수백만장 살포"…북한 "미사일로 대응"

지난해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한국 내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날려보낼 대북 전단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탈북자단체가 지난 1월부터 두 달 동안 전단 수 백만 장을 북한에 비공개로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총탄이 아닌 대포나 미사일로 대응할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였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남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일 대북 전단을 실은 풍선이든 무인기든 개의치 않고 조준 격파할 것이라며 총탄이 아닌 대포나 미사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어 ‘북침 핵전쟁 연습’ 기간 중에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전쟁 촉발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또 무인기에 의한 대북 전단 살포는 한국의 항공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전단 살포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 미사일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미-한 군사훈련 기간임을 감안해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위협에도 한국의 탈북자단체들은 전단 살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 한층 높아질 전망입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탈북자 출신인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지난 1월부터 두 달 간 서너 차례에 걸쳐 전단 수 백만 장을 비공개로 북한으로 날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전단 살포 횟수를 자제해 밤중에 비공개로 보냈다며 앞으로도 비공개로 전단을 계속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민복 대표] “조용히 비공개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북한 간부들도) 전단 살포에 대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할 뿐이지… 그동안 문제는 전단을 공개적으로 살포해서 발생해 왔잖아요. 앞으로도 바람이 맞을 때 보낼 겁니다.”

또 다른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도 이달 중순부터 전단 살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DVD를 전단과 함께 보낼 것이라며 무인기를 활용하는 방안도 미국 인권단체인 인권재단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무인기를 활용해 전단을 살포하겠다는 탈북자 단체의 계획에 대해선 유관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실제 전단 살포에 대한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북한 군이 한국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고사총을 군사분계선 인근에 전진배치하고, 조작훈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