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연례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유엔 제재를 피하고 있는지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전문가 패널에 대해 잠깐 알아보죠.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기자) 유엔 안보리 산하에 대북제재위원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 밑에 전문가 패널이 있는데요, 지난 2009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1874호에 의거해 설치됐습니다. 제재위원회를 도와서 대북 제재 조치들의 이행을 감시,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국들로부터 이행보고를 받는데 그치지 않고, 사안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방문 조사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38개 유엔 회원국, 15개 유엔 기구들과 협의했고 모두 2백62 건의 정보 요청을 해서 1백16 건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패널에 소속된 전문가는 몇 명이나 됩니까?
기자) 모두 8 명이고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합니다. 한국인이 한 명 포함돼 있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도 전문가가 뽑혔습니다. 활동기한은 1년이고, 매년 안보리에서 기한을 연장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초부터 올해 2월 초까지 활동 내용을 담아서 지난달 26일 안보리에 연례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번에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연례보고서가 제출됐는데, 모두 유엔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 패널의 연례보고서는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대북 결의상의 의무 사항들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합니다. 북한은 유엔 결의 1718호, 1874호에 따라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물자와 기술은 금수 조치 대상입니다. 이걸 북한과 유엔 회원국들이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하는 겁니다. 또 무기와 사치품 금수 조치, 화물검색, 여행금지, 자산동결, 금융 조치 같은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안보리에 권고사항을 제출합니다.
진행자) 유엔 회원국들의 이행보고 실적은 어떻습니까?
기자) 별로 좋지 않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대북 결의 2094호를 채택하면서, 90일 안에 국가별 이행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5개 나라가 보고서를 제출해서 지금까지 1백92 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36 개 나라만 제출한 상태입니다. 전문가 패널은 아직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나라들에 서한을 보내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먼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부터 살펴볼까요?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라는 유엔 결의를 북한이 계속 위반하고 있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1년 동안 북한 핵과 미사일 계획에 관련된 금지품목이 압수되거나 조사대상이 됐다는 유엔 회원국의 보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패널의 조사 결과 북한은 관련 품목들을 조달하거나 이전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패널은 북한이 지난 2012년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잔해를 계속 조사하고 있고, 지난 2013년과 지난해 한국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정찰기 4 대의 잔해도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외국산 상업용 물자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사실이 밝혀졌습니까?
기자) 은하 3호의 경우 잔해에서 압력전송기 2 개가 발견됐는데, 북한 무역회사가 타이완에 등록된 기업으로부터 지난 2006년과 2010년에 각각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판매회사는 북한 측으로부터 석유산업에 쓸 목적으로 압력전송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장거리 로켓 제작에 쓰일 줄은 몰랐다고 전문가 패널에 해명했습니다.
진행자) 무인정찰기에서는 특별한 게 발견됐나요?
기자) 지금까지 적어도 6 개 나라에서 생산된 부품들이 발견됐는데요, 엔진은 체코, 전지와 카메라는 일본, 위성항법장치와 연료펌프는 미국, 비행제어 컴퓨터는 캐나다 제품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모두 상업용으로 제작된 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제작된 비행각도 감시장치는 탄도미사일 관련부품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대북 금수 조치 대상 여부를 계속 조사 중입니다.
진행자) 북한과는 무기 거래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데,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2009년 몽골 회사가 미그-21기와 관련부품을 북한에 팔려다 당국에 적발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몽골 정부가 지난해 5월 관련 내용을 설명한 이행보고서를 전문가 패널에 제출했습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그 뒤에도 러시아에 판매하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서 또다시 북한에 밀매를 시도했지만 몽골 사법당국이 이를 적발해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전문가 패널도 몽골을 직접 방문해서 압수된 미그기와 부품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대북 사치품 금수 조치는 잘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까?
기자) 여전히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외교공관을 통해서 사치품을 조달하고 있고 회원국마다 사치품 규정이 다르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회사가 북한에 판매한 마식령스키장의 스키 리프트 장비의 경우, 중국 정부가 대북 금수 조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문가 패널에 밝혔습니다. 북한이 여러 나라를 거쳐 사치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판매회사는 최종 구입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는데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평양 군사행진에 매년 등장했던 고급 승용차 벤츠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습니다.
진행자) 북한 선박 청천강 호가 파나마에서 무기 밀매 혐의로 적발됐었죠. 청천강 호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유엔의 제재를 받았는데, 효과가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교묘한 방법으로 제재망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 (OMM)가 지난해 7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이 회사는 소유하고 있던 14 척의 선박 가운데 13 척의 이름을 바꿔 북한 선적임을 숨겼습니다. 특히 이들 선박의 서류상 소유주와 관리인들도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해사기구 (IMO)가 보유하고 있는 등록자료에서 유엔 제재대상인 원양해운관리회사는 사실상 사라져 버렸고, 이 회사 소유의 북한 선박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외국 항구들을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불법 해외 금융거래가 어떤 식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밝혀진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중간에 몇 단계를 거치는 방법을 통해 감시를 피해나가고 있습니다. 장기간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외국 기업들이 송금 업무를 대행해줬기 때문에 금융기관들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았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상 금지된 활동에 필요한 물품은 간접적인 지불 방식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해외 위장회사와 중개업자, 간접 지불 방식 등을 통해 불법 거래를 하고 있는 만큼 유엔 회원국들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