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의 이름을 바꿔가며 제재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 외교관들과 무역대표부 직원들이 금수 품목 거래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은 26일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 (OMM)가 소유 선박의 이름을 바꿔가며 유엔 제재를 피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원양해운관리회사는 지난 2013년 파나마에서 불법으로 무기를 운반하다 적발된 북한 화물선 청천강 호의 실소유주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청천강 호 사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해 7월 원양해운관리회사를 유엔 제재대상에 올렸습니다.
곧이어 미국 재무부는 원양해운관리회사 뿐만 아니라 청천강 호의 운영사인 청천강해운까지 특별 제재대상으로 올리고 두 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18개 선박들을 봉쇄자산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교묘한 방법으로 제재를 피해나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P, AFP, 로이터 통신 등이 입수한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양해운관리회사는 소유하고 있던 14 척의 선박 가운데 13 척의 이름을 바꿔 북한 선적임을 숨겼습니다. 특히 이들 선박의 서류상 소유주와 관리인들도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해사기구 (IMO)가 보유하고 있는 등록자료에서 유엔 제재대상인 원양해운관리회사는 사실상 사라져 버렸고, 이 회사 소유의 북한 선박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외국 항구들을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원양해운관리회사는 또 중국과 일본, 러시아, 브라질, 이집트 등 적어도 10개 나라에서 외국 기업, 외국인들과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원양해운관리회사 산하의 34개 기관들과 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14개 선박, 그리고 최철호 부사장, 김영철 청천강해운 사장을 모두 유엔 제재대상에 올릴 것을 안보리에 권고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2월8일부터 올 2월5일까지 청천강 호 사건과 같은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불법 활동을 중단할 의지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외교관들과 관리들, 무역대표부 직원들이 무기와 관련 물자, 미사일 관련 품목 등 금수조치 대상 품목의 거래에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일부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보고서는 식량과 농업, 의료 등 인도주의적 목적임이 확실한 경우에는 대북 제재의 예외로 인정해줘야겠지만, 아직까지 유엔 제재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준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