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핵 역량과 개발 속도에 이견

북한의 리수용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서세평 유엔 주재 북한대사(왼쪽)와 함께 지난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 도착했다. 리 부상은 북한이 미국을 선제 타격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북한이 5년 뒤 핵무기를 최대 1백 개까지 늘릴 수 있다는 최근 분석의 파장이 큰데요. 전문가들은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북한의 핵 개발 속도에 대해서는 엇갈린 진단을 내렸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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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북 핵 개발 예측치는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녹취: 조엘 위트 연구원]

위트 연구원은 이날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백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5년 간 핵 개발을 확대할 것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분석입니다.

또 현재 10~16개 수준인 핵무기 보유량을 적게 잡아도 20~50 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는 핵무기 제조의 기술적인 복잡성과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분석이라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차장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1백 개 보유’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최악의 상황이라 해도 5년 뒤 핵무기 1백 개를 제조한다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미국조차도 그렇게 못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핵 물질 비축과 핵무기 보유는 완전히 별개 과정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다만 일정 기간 뒤 그만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 물질을 갖게 된다는 뜻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해당 보고서가 중간성장 시나리오로 잡은 핵무기 50 개 보유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은 핵무기를 연간 10개씩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생산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이를 위해선 재처리 시설을 대폭 확장하고 원자로도 추가로 필요한데 현재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속도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조엘 위트 연구원]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역시 핵 능력 향상을 핵실험 횟수와 연계할 필요는 없다며 그 같은 주장에 일부 동의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 일부 실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미국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CISAS)의 닉 한센 객원 연구원은 북한의 향후 핵보유량을 전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 한센 연구원]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지만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핵무기를 몇 개나 제조할 수 있는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센 연구원은 그러나 영변 외 다른 농축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고, 국제원자력기구가 2009년 4월 이후 북한 원자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핵 역량을 크게 키웠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