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찰스 랭글 미 하원의원] "마지막 임기 전 미국 내 이산가족 상봉 주선 희망"

찰스 랭글 미 연방 하원의원. (자료사진)

미국의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이 최근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과 북한 내 가족들 간 상봉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 사실 전해 드렸는데요, 랭글 의원은 지난 1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마지막 임기가 끝나기 전에 상봉을 주선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6.25 참전용사 출신인 랭글 의원은 그동안 의회에 관련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미 정치권 내에서 재미 한인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을 크게 부각시켜 왔습니다.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의정 생활을 마치는 랭글 의원은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자신의 정치인생이 가치 있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인터뷰 오디오 듣기] 찰스 랭글 미 하원의원

기자)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직접 서한을 전달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랭글 의원) 저도 이제 나이가 제법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한국이 일제 치하에서 독립한 지 70년 되는 해 아닙니까?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역사적 재회의 따뜻함을 맛볼 수 있는 이산가족들이 모두 세상을 뜨게 되는 만큼 시간이 관건입니다. 10년 후에는 이런 노력이 별 가치가 없게 될 겁니다. 국무부는 상호 화해를 위해 애정과 핏줄로 얽힌 가족들이 정치가나 외교관 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미국의 남북전쟁만 해도 여태껏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남북한 통일 역시 미룰수록 이루기 어렵습니다.

기자) 6.25전쟁 참전용사로서 그리고 미 의회에 오래 몸담은 정치인으로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어떤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하시겠습니까?

랭글 의원) 가족과 더불어 사는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더 이상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의미와 기쁨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한국계 미국인과 북한 내 친지와의 만남은 단순한 이산가족 상봉이 아닙니다. 한 쪽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알고 다른 쪽은 비참한 가난과 고통을 겪는 이들 간의 재회입니다. 이념이 다른 두 나라에 갈라져 사는 가족들이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각자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6.25전쟁의 아픔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예측 불가능한 북한 당국이 어느 날 갑자기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할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양측 당국에 계속 호소해서 잃을 게 없고, 그렇게 못한다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나중에 제게 남을 것 같습니다. 가족 상봉이 현실화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미국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호소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랭글 의원) 북한 관리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국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게 그들의 의무이지만요. 저는 잔혹하고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의 결과로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이렇게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 국무부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랭글 의원) 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 간 어떤 단계를 밟고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 지 알기 어렵습니다. 국무부가 북한 당국과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든 절대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 자체로서 옳은 일이라는 겁니다. 그저 요청만하고 기다리다 어느덧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제 정치 역정을 돌이켜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을 기울이다가 적절한 시점이 찾아와 성공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투표권법과 노예해방 선언마저도 그런 꾸준한 노력이 쌓여서 성취된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혹시 의원님께서 직접 남북한 접경에서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성사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랭글 의원)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기 위해 제가 제안한 결의안, 서한, 노력이 남북한 국경에서 이산가족들의 재회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특히 하원의원으로서 제 마지막 남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그런 일이 성사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곧 한국을 방문하는 데 이어 8월에도 다시 한국을 찾을 계획입니다. 또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대화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탁월한 국제정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박 대통령이 무책임한 북한 정권을 어정쩡하게 지지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과 계속 논의하기를 바랍니다.

기자) 8월 비무장지대 어딘가에서 이산가족들 손을 직접 잡고 만남을 성사시킬 의원님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랭글 의원)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 정치인생을 정말 가치 있게 만들 겁니다.

찰스 랭글 미 연방 하원의원으로부터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과 관련 노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