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한 핵무기 소형화 능력 엇갈린 평가

북한이 지난 2012년 4월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자료사진)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에 대한 논란은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의 지난 7일 발언으로 불거졌습니다.

[녹취: 윌리엄 고트니 사령관] “Our assessment is that they have the ability to put a nuclear weapon on a KN-08 and shoot it at the homeland.”

북한이 핵무기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해서 미 본토로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건데, 이는 곧 북한이 소형화 기술을 이미 갖췄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바로 다음날 고트니 사령관의 발언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북한이 상당한 (소형화) 기술 수준에 이르렀지만 완성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를 놓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또한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핵 능력에 대한 고트니 사령관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 “I agree with what their assessments are. There is no doubt in my mind; I believe the North Koreans have full intentions to continue their nuclear development.”

북한의 강력한 핵 개발 의도를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진단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한 국방장관이 지난 2013년 8월 만나 북한이 곧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면서 그런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이어 일부 전문가들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기밀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비밀 해제된 정보에 따르면 이미 북한이 중.단거리인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했을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로렌스 코브 미국진보센터 외교정책 선임연구원은 고트니 사령관의 북 핵 소형화 발언을 과장으로 일축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연구원] “He has always kind of…”

코브 연구원은 현재 미 국방부가 최악의 상황에 너무 큰 무게를 두고 있다며, 지난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가 임박하자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칼럼을 발표했던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입김이 느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관측이 매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미 소형화 기술을 갖췄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관련 실험을 보기 전까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I suspect that North Korea can put a nuclear warhead on a ballistic missile but I can’t be sure until they test one configured that way.”

베넷 연구원은 중국이 지난 1964년 첫 핵실험을 한 뒤 2년 만에 4차 핵실험을 통해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또 북한이 소형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으며 이미 3~5년 전 소형화 기술을 갖췄을 것이라는 게 유력 핵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각 정부나 기관 간 분석의 차이가 존재하는 건 흔한 일이라며, 한국 정부가 증명하기 어려운 문제로 대중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를 꺼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마이클 마자 미국기업연구소 (AEI) 연구원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불투명성을 고려할 때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준비태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미-한 당국이 북한 핵탄두 소형화 진전에 동의한다는 사실이 양측 발언의 차이 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고트니 사령관의 이번 발언과 한국 국방부의 반응을 미-한 간 엇박자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양측 입장에서 어감 차이 외에 근본적이고 사실적인 분석 결과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 “But I’ve seen [an] indicated difference of nuance, not a difference of fundamental, factual or analytical conclusion…”

오핸론 연구원은 그동안 북한 위협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증언 등을 보면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한 쪽이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거나 숨기고 있는 사안이 아니라 미국이 다소 비관적 해석을 내리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차는 자연스럽게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 역량에 대한 이견으로 이어집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의 최근 미 하원 청문회 발언을 상기시키며,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을 실전배치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서먼 전 사령관] “I finally think that the North Koreans have the potential of doing that…”

서먼 전 사령관은 북한이 예상을 깨고 대포동 미사일을 지구궤도에 올렸듯 어느 시점에 가서 KN-08의 실험 역시 감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현재까지는 북한이 매우 위험한 미사일인 KN-08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 이상 알려진 게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Information we have right now shows that a very dangerous missile is under development that’s all we see so far.”

미 국방정보국 선임 정보분석관을 지낸 벡톨 교수는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보면 늘 운용 가능하고 실험 과정을 거친 무기만을 확산시켰다며, 2005년 이란에 18기를 수출한 무수단 미사일 정도만 예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북한 안팎 어디에서도 KN-08 실험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란 등에 확산된 정황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성분석가이자 군사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핵탄두 뿐아니라 대기권 재진입 실험도 거치지 않은 KN-08 미사일을 지금 당장 운용 가능한 무기체계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 한센 연구원] “Some of the idea that the Musudan and the KN-08 are operational missiles that have never been tested…”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사일의 실제 가용 여부 뿐아니라 당사국의 인식 또한 위협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라며, 북한이 KN-08을 운용할 수 있는 무기로 간주하는 한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