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 핵 능력 과소평가에서 입장 변화"

지난 2013년 2월 북한 평양에서 제 3차 핵 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북한이 핵무기 20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을 과소평가하던 중국이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 능력 확대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 20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추정이 다른 추정치보다 월등히 정확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There is big uncertainty about...”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중국 측에 우라늄 핵 개발 계획을 공개할 이유가 없는 만큼 중국이 특별히 미국,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소상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외국인들도 참여하는 토론회에서 중국 측이 고급 정보를 공개할리 없다는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의 핵 능력 추정치를 발표한 중국 인사가 누군지 짐작이 간다며 이 인사는 핵 시설에서 근무하다 은퇴했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에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인사의 주장이 반드시 중국 정부의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내년까지 핵탄두 보유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췄다는 주장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을 과소평가하던 중국이 서서히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올브라이트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I was in China this last summer...”

지난해 여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10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수 십 기로 보유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을 때 중국 측에서 상당한 반응을 보였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신안보센터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선임국장은 안보 문제를 다룰 때는 정확한 정보 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선임국장] “It is because of the uncertainty...”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질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 개발 의지를 확실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크로닌 국장은 2020년까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20~50기로 늘어날 것이라는 미국 민간연구소의 주장이 최근 제기되면서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중국 전문가들도 비공개석상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이 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견제하고 미국으로부터 협조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데 북한의 핵 능력 확대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걸 미국 정부에 확인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도 중국이 미국에 대해 대북 협상 재개를 촉구하려는 의도로 북한의 핵 능력 확대를 거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의도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 국방장관실에서 동아시아 담당 선임자문관을 지낸 제임스 쇼프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제임스 쇼프, 전 미 국방장관실 동아시아 담당 선임자문관] “Warning bell about where North Korea...”

5~10년 뒤 북한의 핵 능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미 있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에 특별한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쇼프 연구원은 북한 핵 문제가 더 악화할수록 중국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도 더 커지며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