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례적으로 교화소 당국자들을 내세워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는 동영상을 내보냈습니다. 국제사회가 인권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데 맞선 일종의 `물타기 전술'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정치범 수용소의 실체를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이번에 특이한 점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교화소 당국자들의 인터뷰 동영상을 내보낸 선전 방식에 있습니다.
인터뷰 동영상을 올린 인터넷 사이트는 미국 내 친북 사이트로 알려진 ‘민족통신’.
‘민족통신’의 노길남 대표가 특별대담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민보안부 교화국 부국장 김걸 상좌 등 3 명의 교화소 당국자들이 답변자로 나왔습니다. 동영상은 `민족통신' 방송인 `민족TV'와 유튜브로 공개됐습니다.
이들 교화소 당국자들은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는 없고 죄 지은 사람들을 교양하는 교화소만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교화소에 울타리와 감시 망루가 있지만 취침할 수 있는 방이나 세면장과 화장실, 전문 의료진을 갖춘 병원과 회관 등 모든 시설이 잘 보장돼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점심식사 후 낮잠 시간도 주고 오후 6시 작업이 끝나면 작업복을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목욕하는 시간도 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밖에서는 수형자들에게 먹을 것을 안 준다거나 매달아 때린다는 등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모두 거짓말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 문제에 대해 이처럼 이례적인 방식으로 반박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최악의 인권 실태가 폭로되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의 대상이 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입니다.
[녹취: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노길남 대표의 민족통신은 해외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언론매체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인권 공격을 멈추게 하려는 일종의 물타기 전략인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 반박하는 기존 방식이 설득력이 떨어질 것을 감안해 자기들을 따르는 해외 인사와 매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치범 수용소 문제가 부각되면서 유엔에서 북한 지도자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문제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달 말 서울에서 유엔 북한인권 현장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북한의 선전전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현재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는 평안남도 개천의 14호와 함경남도 요덕의 15호, 함경북도 명간의 16호, 그리고 수성교화소라고 불리는 청진의 25호가 있고 이들은 인민보안부가 아닌 국가안전보위부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