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시아 대사 "남·북·러 3각 협력 진전,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 (자료사진)

남북한과 러시아 간 3각 협력사업이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남북한 당국의 상호 불신 때문이라고 한국 주재 러시아대사가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는 남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사업이 진전되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티모닌 대사는 10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경제포럼과 한국 교통연구원이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90년대부터 추진돼온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이 정체된 것은 남북 간 입장 차에 따른 불신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티모닌 대사는 대표적인 예로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을 들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에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담당했던 티모닌 대사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군사분계선의 어느 지점에서 가스관을 남측으로 넘기느냐의 문제였다며, 결국 남북 간 군사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이용해 한국으로 공급하는 계획입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한국과 러시아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진전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티몬닌 대사는 또 대표적인 남-북-러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 정부가 3억 달러를 들여 라진과 하산을 잇는 철도망을 깔고 나진항의 터미널을 지었다며 러시아가 해야 할 몫은 다 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라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의 하산과 북한 라진항을 잇는 철도로 운송한 뒤 라진항에서 한국으로 운송하는 복합물류사업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통합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사업의 일환으로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대북 신규투자를 금지한 5·24 조치의 예외로 두고 지원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포스코를 비롯한 3개 기업은 지난 2008 년 러시아와 북한이 합작해 세운 기업 ‘라손콘트란스’ 의 러시아 측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여를 추진 중입니다.

티모닌 대사는 사전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 규모는 2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안에 한국과 러시아 사업자 간의 본계약 체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티모닌 대사는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은 남북관계 개선 뿐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등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티모닌 대사는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에 불참했지만 경제협력을 비롯한 북-러 관계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불참 사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신 참석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1월 한국에 부임한 티모닌 대사는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5월부터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를 역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