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한국에서 열리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조직위원회에 통보했습니다.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설치 등 정치군사적 이유를 불참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N. Korea Withdraws from Universiade Games in S. Korea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는 22일 북한이 지난 19일 오후 북한 대학생 체육협회장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대회 참가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사무총장 앞으로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주 U-대회 조직위 김윤석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윤석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북한 대학스포츠연맹 전극만 회장이 국제대학스포츠연맹, FISU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영문 편지 하나가 우리 이메일 계정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확인해보니까 북한은 이번 광주 U대회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불참 이유로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설치와 한국 정부의 군사대결 추구 등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들었습니다.
북한은 이메일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남북관계를 극한으로 몰고 갔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북한인권사무소 설치를 대결 선포로 간주하겠다며 연일 한국 정부를 위협해왔습니다.
윤장현 대회 조직위원장은 유감을 표명하며 마지막까지 북한의 참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정치군사적인 이유를 들어 대회에 불참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국제스포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온 북한이 정치군사적 이유를 내세워 불참한 것은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넘기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대회에 참가 의사를 표명하고 4월에 대표단 사전회의에 참석한 점을 들어, 표면적으로는 정치군사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지난달부터 한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20일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7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27 명이 숨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육상과 기계체조, 탁구와 유도 등 6개 개인종목과 여자 축구와 핸드볼 등 2개 단체 종목에 선수 75 명을 포함한 108 명의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조직위원회측에 통보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엔트리 추가 마감일인 지난 15일까지 출전선수단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대회 불참 가능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세계 대학생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는 다음달 3일부터 14일까지 한국의 광주에서 열립니다.
이번 대회는 150개 나라, 만 4천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