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숙청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절대 충성’을 새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야전형의 지휘성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를 무조건 따를 것을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오늘날 인민군 지휘관들은 최고사령관의 명령과 당의 결정에 오직 ‘알았습니다’라는 대답 밖에 모른다며 그런 일꾼이 참된 동지라고 역설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군 지휘관들에겐 김 제1위원장이 가르쳐준 대로만 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며, 조건과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당 정책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절대 충성을 요구하는 글이 실리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김 제1위원장 집권 후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숙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표현도 한층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북한 엘리트 계층 내부의 불안정한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엘리트들이 김정은의 말을 우습게 알고 김정은의 권위를 우습게 아는 풍조가 지금 북한사회에 만연해 있다라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 그렇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나이 어린 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뻘인 핵심 간부들을 믿지 않고 이들을 가혹하게 다루고 있음은 한국 정보 당국도 확인한 사실입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대외 군사협력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의 지시에 이견을 제시했다가 숙청됐습니다.
또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도 평양 대동강 쑥섬에 건설 중인 과학기술전당 설계에 대해 김 제1위원장에게 다른 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관련해서도 전기 부족으로 공사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표현했다가 처형됐습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임업성 부상도 김 제1위원장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제시한 산림복구 사업이 임업성에 과업으로 떨어진 데 대해 불평했다가 역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노동신문'이 새삼스럽게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절대 충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은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염두에 둔 김정은 신격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제1위원장으로선 다가오는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려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신과 같은 위치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을 강조하려는 듯 김일성과 김정일 선대 지도자들에 대한 우상화 활동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습니다.
인기 걸그룹 ‘모란봉악단’ 공연장 무대배경으로 늘 등장했던 김일성 부자의 영상이 사라지고, 새로 단장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도 김일성 초상화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또 김 제1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뗀 채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