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북한 핵 문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이 처한 상황이 워낙 달라 의미 있는 북 핵 협상으로 옮겨가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긍정적인 협상 동력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문 기사 보기] Experts: Iran Deal Has Limited Impact on North Korea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부소장은 이란 핵 협상 타결로 북한 당국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 “I think there will be considerable psychological pressure on them as individuals and as a government.”
이번 협상이 북한의 고립감을 심화시켜 최고 지도부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트로브 부소장은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향후 북 핵 협상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고, 따라서 6자회담 또한 가까운 장래에 재개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 “In the short term, I don’t think it will have any particular effect…”
북한의 진정성이 담보되는 협상에 열려있다는 미국과 태도 변화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런 예측에는 북한이 이란과 달리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배경으로 깔려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석좌교수는 북한이 이란 핵 협상 타결로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활발히 교역하고 있고, 정치.경제 구조상 외부 제재에 따른 고통을 이란만큼 느끼지 않는 북한은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입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현 상황이 불리할 게 없다는 북한 당국의 이 같은 인식을 이란 핵 협상 타결이 북한과의 협상으로 이어지기 힘든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I think that the regime in Pyongyang is thinking why should they talk to us because they’ve got everything that they want; they have the bomb, they have the long-range missiles. They don’t really need to talk to us.”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이미 보유한 북한에게 필요한 건 중국의 지원 뿐이며 미국과의 대화는 별다른 관심사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더 나아가 이란 핵 협상 타결이 북 핵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제재 해제 조건으로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이란의 모든 핵 의심 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 북한에는 협상의 부정적 요소로 비쳐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으로부터 이 같이 획일적인 반응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 내부에도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세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입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실장] “I think it sends the message to those elements in the North Korean regime who are interested in reaching the nuclear agreement with the United States because it shows that even though it is very difficult and time consuming, it is possible.”
이번 이란 핵 협상 타결은 북한 정권 일부 세력에 아무리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미국과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줬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리스 전 실장은 이들에게 핵심적인 관심사는 협상 타결 이후 미국과 이란 관계의 향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미 국방부 차관보도 이란 핵 협상 타결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북한이 의무를 준수했다면 국제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what this says that if North Korea had lived up to the terms, they may have been able to get back into the…”
이런 가운데 이란과의 핵 협상을 마무리한 미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 대북 접근법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미국이 이란 핵 협상으로 마련한 이른바 `돌파구'를 북한과의 대화 재개 동력으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I think there’s certainly a possibility that the United States would try to take advantage of this new “breakthrough” with Iran to try and restart talks with North Korea. I think that’s certainly a possibility.”
벡톨 교수는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뭔가 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 때문에 결국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에서 핵무기는 이제 국가안보 차원을 너머 김 씨 일가가 대를 이어 성취한 유산의 지위를 갖게 된 만큼 더 이상 협상의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풀어야 할 외교 현안이 산적해 당장 북 핵 문제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당분간 이란 핵 협상의 의회 승인과 이행에 매달려야 하는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북한 문제에 집중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 “I think the Obama administration will be very busy trying to get complete and full approval for this agreement at home and also beginning and ensuring that the implementation goes right.”
또 중장기적으로 이번 협상이 순조롭게 이행된다 해도 미국 차기 행정부나 국제사회는 진솔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히려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