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북한대사 갑작스런 기자회견..."미-중 공조 균열 노려"

28일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국주재 북한대사가 어제 (28일) 베이징에서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과 관련해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미국과 중국의 공조에 균열을 노리고 벌인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재룡 중국주재 북한대사는 28일 베이징에서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 대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화가 열리지 못하는 원인과 한반도 정세의 격화 원인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라며 회견 내내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또 최근 북 핵 문제를 둘러싸고 새롭게 부각된 갈등이나 협상 재개의 추동력이 될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북한이 왜 지금 시점에서 베이징을 무대로 이런 행사를 열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지 대사의 기자회견이 외형상으론 미국 비난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이지만 중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또 이번 기자회견이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미국 등 관련국들의 바빠진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중 관계가 좋지 않아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던 지 대사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중국 측의 이목을 끌기 위한 노림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이란 핵 타결 과정에서 중국이 한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며 대북 공조에서도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미-중 공조에 틈을 벌려보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인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최근 한국에서 이란 핵 협상 타결의 교훈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찾아보겠다고 밝히고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경기도 외교정책 특보인 차두현 박사는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북 핵 협상 재개에 쏠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하고 중국 측에 이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경기도 외교정책 특보] “결국 중국이 중재자 역할이든 북 핵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면 워싱턴이 양보하는 듯한 메시지를 받아오든가 다시 말해서 워싱턴과 베이징을 동시에 겨냥한 외교적 기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이번 회견이 중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나란히 화해 몸짓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도 주목됩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25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한 데 이어 27일에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화환도 보냈습니다.

결국 지 대사의 회견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이고 있으니 중국 또한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존중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는 해석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 대사의 회견 내용이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만 볼 순 없다며 북한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면 중국이 바라는 핵 협상 재개에 관심을 보이되 최대한 자기들 입장을 반영해 보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