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광복절 70주년을 전후해 발표된 일본과 한국 두 나라 정상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 워싱턴의 보수 성향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이 1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 이후 한-일 관계를 전망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담화와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광복절 70주년 경축사가 한-일 관계 개선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 (CRF) 일본담당 선임연구원은 두 지도자의 담화가 양국 관계에 추가 걸림돌을 만들지 않은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쉴라 선인연구원] “What they did do is they did not present an additional hurdle……”
이번 담화가 당장 한-일 관계 개선의 동력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을 후퇴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초점을 맞춘 것은 긍정적이란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도 한-일 두 정상의 이번 담화는 두 나라가 관계 개선을 시도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What seems clear at this point is that …
여러 미흡한 점이 있지만 아베 총리가 침략 역사를 분명히 하고 역대 내각의 입장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말한 것, 그리고 이런 아베 총리의 입장이 과거보다 훨씬 나아진 것에 동의하는 듯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관계 개선에 일부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스미스 연구원은 한-일 정상이 과거사에 대한 국민감정을 정치적 기회로 삼지 말고 두 나라가 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은 가치와 우려, 위협 등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며, 지난 몇 달 동안 두 나라가 보여준 긍정적 외교관계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또 한-일 정상이 다음달 열리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 좋은 일이라면서도 열병식 참석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부소장 겸 일본석좌는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그린 부소장] “I think it will be disaster for president Park to go to the military parade……”
중국의 열병식은 강력한 반일본 관련 행사이자 군사적 행사로, 박 대통령의 참석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다음달 3일 ‘중국인의 항일전쟁 승리와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거행할 예정입니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역시 한-일 정상의 열병식 참석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But the military parade I think it’s really different issue…”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협력, 화해를 주창하면서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적합한 행보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4년 뒤에 수립된 중국 공산당 정부의 열병식이 무엇을 경축하는지 정체성이 모호하며 열병식에 등장하는 탱크들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 무력진압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을 마지막으로 침략했던 중국의 열병식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적절한지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두 전직 관리는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박근혜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가 열병식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혹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한-일 정상이 열병식을 피해 다음날인 4일 한-중-일 세 나라 정상회의를 별도로 개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