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가운데 30대 연령층이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경향이 가장 강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은 많이 가질수록 행복감을 더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 가운데 30대에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9일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의 마음, 마음의 북한’이라는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고 계층별로는 하층일수록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는 제3국의 도움을 받아 올해 3~6월 사이 해외에 나온 북한 주민 100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에 참여한 북한 주민은 대부분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었고 이 중에는 노동당 간부와 당원도 포함됐습니다.
북한의 30대 연령층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로, 북한 인구의 14% 수준인 약 33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물질주의적 측면에서 ‘가진 게 많을수록 성공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많이 가질수록 만족감을 느끼고 타인의 성공과 행복에 질투를 느끼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의 3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호응도가 가장 높았고 20대가 그 뒤를 이었으며 40대는 가장 낮았습니다.
또 시장경제 활동 경험이 있는 북한 주민이 활동 경험이 없는 주민보다 질투심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계층별로는 하층일수록 물질주의 성향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습니다.
양 교수는 북한 당국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생계를 해결하는 세대나 계층일수록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기본적으로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 국가로부터의 보편적인 복지 시스템으로부터 완전 이탈된 혹은 아주 멀어져서 내 주위 사람들이 잘 살아야 나도 산다고 하지만 결국 믿을 건 나 밖에 없다, 나에게만 의존해야 한다는 경제적 하층일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고 따라서 물질에 대한 추구도 더 나타난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한편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성향과 관련해 아직까지 북한체제 내에서는 집단주의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족들은 어떠한 희생이 요구되더라도 서로 단결해야 한다’, ‘친구나 동료와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중요하다’라는 두 항목이 32 개 질문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뒤를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을 믿는다’,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에 의존한다’ 등이었습니다.
양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믿는다'는 등의 개인주의 성향이 높은 점수를 얻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결국 젊은 사람일수록 개인주의, 특히 경쟁을 중요시 하는, 개인주의 중에서도 특히 수직적 개인주의가 경쟁을 중요시, 당연시 하는 성향들 하고도 연관되는 부분들 그런 것들이 몇 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양 교수는 하지만 이 설문조사가 북한 주민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한계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북한체제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경제 활동을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성향을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이번 조사를 진행한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단은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