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협상 계속...한국 "북한, 도발 사과해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풀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북한이 자신들이 저지른 도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남북 간 접촉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진행 중인 남북 고위급 접촉의 성격에 대해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비무장지대 (DMZ) 목함지뢰 도발 등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는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매번 반복돼 왔던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도발로 위기가 조성되면 남북한이 대화에 나서 결국 북한의 사과 없이 적당하게 타협하거나 북한에 보상하는 식으로 긴장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곤 했던 과거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어떤 도발도 강력하게 응징하겠지만 이번에 대화가 잘 풀린다면 서로 상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과 관련해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 계속 논의 중에 있다며 문제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판문점 한국 측 평화의 집에서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재개된 남북 고위급 접촉은 만 하루가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라톤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접촉에는 한국 측에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 측에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들 남북 고위당국자들은 이에 앞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10시간 가까이 밤샘 협상을 벌였습니다.

남북 대표단은 최근 한반도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 상황의 책임을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측은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북한 측은 한국 측이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 핵 문제와 미-한 연합군사훈련,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과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 해제 문제 등 다른 남북 간 현안들도 광범위하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격한 견해 차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장시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양측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자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이 때문에 회담장에선 대표단 회담과 수석대표 접촉이 이어지고 있고 협상이 잠시 중단된 동안엔 본국의 훈령을 받고 다시 회담을 갖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시각 차가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은 지뢰와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한국 측의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은 북한의 사과가 없다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