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최룡해 노동당 비서 파견

지난해 11월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왼쪽)가 17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로 떠나기 앞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평양 공항에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은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정부는 25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북한을 대표해 노동당 중앙정치국 위원인 최룡해 비서가 참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북한의 김정은 제1 위원장은 물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무산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습니다.

몇 년째 냉각된 북-중 관계와 최근 북한과 중국 사이에 준비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김 제1 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습니다.

냉각된 북-중 관계 속에서 김 제1 위원장을 대신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최 비서는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격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최 비서가 현재 김정은 정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로 볼 때 꼬여 있는 북-중 관계를 푸는 데 적임자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룡해 비서의 중국 방문은 김 제1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찾았던 지난 2013년 5월 이후 2년 3개월 만입니다.

최 비서는 당시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급격히 냉각된 북-중 관계를 개선하는 임무를 띠고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신지도부와 잇따라 회동했습니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와 안면이 있는 최 비서의 이번 중국 방문길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주목됩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의 분석입니다.

[녹취:양무진 교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북, 중 모두 안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최룡해 비서의 방중은 아마 중국 지도부와의 안면이 있기 때문에 보내는 것이고 특히 김정은 제1 위원장의 측근 실세이기 때문에 북-중 간의 당 대 당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최 비서의 이번 중국 방문에는 김 제1위원장의 친서 등 특별한 메시지를 중국 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크고 중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면 지금의 냉각국면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아주대학교 김흥규 교수입니다.

[녹취:김흥규 교수/ 아주대학교] “김정은의 친서도 가지고 갈 것 같습니다. 대개 (내용은) 북-중 간의 과거 혈맹으로서 유대를 잊지 말자, 우리가 같이 싸웠던 군대이고 나라 아니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습니다.”

한편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는 박근혜 한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포함한 30개국 지도자를 비롯해 정부 대표 19 명,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 명 등 모두 59 명의 외국 사절이 참석한다고 장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밝혔습니다.

중국의 전승절 기념 행사에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본국에서 공식 대표를 파견하지 않고 주중 미대사관 사절을 참석시킬 예정이며 캐나다와 독일, 유럽연합 등도 대사관 대표가 참석합니다.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의 불참을 확정했고 정부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