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일본어의 인기가 사그러들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과 일본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어를 배워도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24일 평양발 보도에서 일본어가 북한에서 더 이상 인기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10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어는 북한의 특권층 학생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외국어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도통신'은 평양외국어대학에서 현재 40 명의 학생이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0 명의 학생이 일본어를 전공했던 것에 비하면 그 수가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대학 일본어 학과장인 김선일 교수는 `교도통신'에 “현재 40 명인 일본어 전공자가 앞으로 몇 년 안에 4 명에서 5 명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학생 수가 줄자 평양외국어대학은 지난 2007년 일본어 학부를 해체하고 ‘민족어학부’로 통합했습니다. ‘민족어학부’는 아랍어 등 학생 수가 비교적 적은 언어를 가르치는 학부입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은 일본어 전공자가 줄어드는 주된 이유로 일본 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을 꼽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평양외대 졸업생은 대외기관과 `조선중앙통신' 등 언론매체, 해외를 대상으로 한 출판사 등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취업 기회가 줄면서 전공자도 줄어든 것입니다.
일본어 학과장인 김선일 교수는 1990년대 초 일본의 자민당과 사회당 대표단이 방북해 조선노동당과 북-일 국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3당 공동선언’을 체결한 뒤 일본어 학습의 인기가 크게 올라갔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일본과 교류가 늘어나고 일본어 관련 일자리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북-일 관계는 진전 없이 경색 국면만 지속됐고 일본어의 인기도 하락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교도통신'은 졸업반인 일본어 전공 5학년생 10 명의 어학 수준이 매우 높아서 어려운 한자를 읽어내고 내용을 충분이 이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여학생은 `교도통신'에, 어렸을 때부터 한자를 좋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적대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학생은 동급생들 모두 자기와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평양외대의 정원은 2천 명이며, 23 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중 영어 전공자는 가장 많은 1천 명, 중국어 400 명, 러시아어 200 명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