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내일 (20일)부터 일주일 동안 금강산에서 열립니다.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오늘, 한국 측 이산가족들은 강원도 속초에 모여 설렘 속에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Korean Families Ready for Reunion Day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나서는 한국 측 상봉단이 금강산으로 향하기 전 강원도 속초에 집결했습니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한결같이 상기된 표정으로 북측 가족들에게 줄 겨울용 내의와 점퍼, 의약품과 가족사진 등 선물을 한 가득 준비해왔습니다.
1차 상봉 행사는 북측에서 선정된 이산가족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 형식으로, 1차 상봉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 측 인원은 상봉단 390여 명을 비롯해 지원 인력과 한국 취재진 등 모두 합쳐 530여 명입니다.
속초에 모인 한국 측 상봉단은 등록 절차를 마친 뒤 방북 교육과 행사 일정 등을 안내 받았습니다.
속초에서 하룻밤을 보낸 한국 측 상봉단은 20일 오전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CIQ)에서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출발합니다.
금강산에 도착한 한국 측 상봉단은 간단한 점심식사 후 오후 3시 반쯤 금강산 면회소에서 꿈에 그리던 북측 가족과 만나게 됩니다.
당초 북측에서 97 가족이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건강 악화로 한 가족이 상봉을 포기해 96가족으로 줄었습니다. 북측 이산가족 상봉 인원은 상봉단과 동반가족 등 모두 141 명입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첫 날 단체상봉과 환영만찬에 이어 둘째 날 개별상봉과 단체식사, 단체 상봉 그리고 마지막 날 작별 상봉 등 6 차례에 걸쳐 모두 12시간 동안 혈육의 정을 나누게 됩니다.
지금까지 1시간이었던 작별 상봉은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2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1차 상봉에서 북측 상봉단 중 최고령자는 88살인 리홍종, 정규현, 채훈식 할아버지고, 한국 측 최고령자는 북측 83살 김남동 할머니의 오빠인 96살 김남규 할아버지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많아 상봉 행사에 의료진을 기존 12 명에서 20 명으로, 또 구급차는 3 대에서 5 대로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측에서 선정된 이산가족 90 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 행사는 오는 24일부터 2박 3일 간 1차 상봉 행사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60여 년 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한국의 이산가족들은 설렘 속에 가족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방북하는 80살 전형각 할아버지는 생사 조차 모르던 여동생을 만난다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형각 할아버지] “6.25 때 헤어지고 처음 만나는 거지요. 너무 설레서 잠이 잘 안와 매일 술 한잔씩 먹고 잠을 청하죠. 60여년 만에 헤어진 동생을 만나는데 그 기분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1.4 후퇴 당시 부모님과 어린 두 동생과 헤어졌다는 전형각 할아버지는 어린 소녀였던 여동생이 72살 할머니가 됐다며 여동생과 조카를 위해 영양제와 화장품, 직접 만든 말린 인삼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할아버지는 여동생을 만나면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다며 여동생 혼자 얼마나 고생했을지 여동생이 그 동안 살아온 얘기도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00년 8월 이후 20번째로, 한국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두 번째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