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간 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렸습니다. 당국회담의 형식과 의제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 간 8.25 고위급 접촉의 핵심 합의사항인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습니다.
남북은 낮 12시 50분부터 90분 간 이어진 1차 전체회의를 열고 양측의 입장을 검토한 뒤에 또 다시 회담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남북은 모두발언에서 당국회담의 형식과 대표단 구성 문제, 회담 의제와 시기, 장소 등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분위기가 진지했지만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를 누가 맞느냐 하는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측은 한국의 통일부 장관과 북측 통일전선부장이 만나길 희망하지만, 북측은 통일전선부가 아닌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을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실무접촉의 가장 큰 관건은 수석대표의 ‘격’ 문제에 대한 합의라며 북한 입장에선 남북회담을 비롯해 한국의 통일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 조평통 서기국인 만큼, 통일부의 대화 상대로 조평통 서기국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은 2013년에 열린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회담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정치 군사적 현안 등을 우선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커 당국회담의 의제 역시 양측 간 신경전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남북 모두 당국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실무접촉에는 한국 측에서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를 비롯한 3 명이, 북측에선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등 3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본부장은 회담장으로 출발하면서 고위급 접촉 합의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입장에서 실무접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이번 실무접촉은 당초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통신선로 개설 문제 등 현지의 기술적인 문제로 2시간20분 가량 늦게 시작됐습니다.
남북이 당국회담 개최에 원만히 합의하면 다음달쯤 서울 또는 평양에서 남북의 고위 당국자들이 만나 남북 간 현안들을 논의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