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휴대전화 사업자인 이집트 통신업체 오라스콤의 회장이 북한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오라스콤의 북한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의(OTMT)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이 북한에서 계속 사업을 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은 11일 미국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인 3백만명에게 전화를 제공했다"며 "북한에 머물길 매우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은 또 오라스콤이 고려링크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수익금을 북한 원화에서 외화로 환전하지 못하고, 해외송금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은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북한 정부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고려링크의 북한 국유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오라스콤은 지난달 15일 발표한 언론보도문에서 고려링크를 계열사(subsidiary)에서 분리해 협력(associate) 업체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려링크를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KPTC)에 원활히 합병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려링크가 오라스콤의 계열사로 있으면 합병에 필요한 이집트 회계 기준과 국제 회계 기준에 부합하기 힘들기 때문에 협력사로 전환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번 합병은 북한에 묶여있는 5억 5천만 달러 상당의 수익금을 이집트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들은 지난 여름 VOA에, 오라스콤이 합병을 통해 북한 측에 지분을 팔고 북한 사업을 접을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제난으로 외자 유치에 진력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오라스콤의 현금 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손해만 보고 나간 외국 회사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오라스콤이 고려링크를 계열사에서 협력업체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뒤 오라스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고려링크의 국유화가 이뤄지면 손실과 회사 신뢰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오라스콤은 현재 고려링크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라스콤의 북한 내 투자는 지난해 말 현재 8천만 달러로 휴대전화 기지국 건설과 전화케이블, 장비 구입 등에 주로 쓰였습니다.
오라스콤은 이집트와 북한 외에 레바논, 파키스탄,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여러 나라에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