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소법원이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의 망명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충분한 권리를 누린 탈북자의 미국 망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확실하게 정착했던 탈북자는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수 없다는 미국 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국 법률전문 매체인 ‘코트하우스 뉴스’에 따르면, 미국 제9 순회항소법원은 22일, 지난 1998년 탈북해 이듬해 한국에 정착했다가 2004년 미국으로 건너온 탈북자 장성길 씨의 망명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장 씨가 한국에서 대학에 다녔고, 졸업 후 취직을 했으며, 가까이 살고 있던 가족들과 교류하는 등 폭넓은 권리를 누렸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장 씨가 미국 법률 상 한국에 확실하게 정착했음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망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 씨는 2004년 미국에 도착해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장 씨는 한국에 사는데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 이민법원 판사는 장 씨가 한국에 확실하게 정착했음을 지적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습니다.
당시 판사는 미국 법률 상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는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장 씨는 이 같은 이민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한국은 오직 하나이며 단지 남북한으로 나뉘어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자신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것이 아니라 같은 나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장 씨는 또 2004년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들에게 미국에 망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장 씨의 이 같은 주장은 미국 북한인권법 302조 즉, 북한 주민이 한국 헌법에 따라 한국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법적 권리 때문에 난민 지위나 미국 망명 신청 자격이 금지되지 않는다는 조항에 근거한 겁니다.
이에 대해 제9 순회항소법원은 22일 판결에서, 망명 신청자가 다른 나라에서 확실하게 정착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정착이 이뤄졌던 나라의 국적을 보유했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보다는 영구적인 거주 지위에 해당하는 어떤 제의를 받았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장 씨는 북한인권법 제정 이전에 한국에 정착했기 때문에 이 법을 장 씨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장 씨가 연방 대법원에 항소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모두 191 명입니다. 이들은 주로 태국 등 제 3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밖에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지만, 한국에 정착했던 수 백 명의 탈북자들이 미국에 들어와 불법 체류하거나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