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북한 오라스콤 사태, 향후 외자 유치에 영향'

지난 2008년 펴양에서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3세대 휴대전화 네트워크 개통식을 가졌다. (자료사진)

이집트 통신업체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력 언론은 이번 사태가 앞으로 북한의 외자 유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1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수익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앞으로 북한의 외자 유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오라스콤이 지난 2008년 지분 75%를 출자해 북한에 세운 고려링크의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이 넘고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지난 몇 년 간 수익금을 이집트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고려링크의 자산은 8억3천200만 달러로 오라스콤 전체 매출과 이윤의 8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 6억5천300만 달러가 북한 원화로 묶여있는 상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통신 독점사업권을 보장 받았던 마지막 해인 2012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해 고려링크의 회계감사 보고서에 처음으로 2억7천200만 달러의 수익금을 송금하는데 제한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묶여있는 원화 수익금은 이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오라스콤은 수익금 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이동통신사 ‘별’과 합병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북한 측은 합병된 회사의 경영을 오라스콤에 맡길 뜻이 없다고 밝혔고 이후 합병 협의는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오라스콤은 이에 더해 고려링크의 영업에 대한 통제도 잃었다고 지난 11월 최신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라스콤은 합병을 위해 고려링크를 계열사에서 분리해 협력업체로 전환했습니다.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은 모든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나타냈지만 오라스콤의 회계감사 업체는 “고려링크의 자산에 대한 북한과의 협상은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고려링크의 현금을 원화에서 외화로 전환할 때 공식 환율을 적용하길 꺼리거나 그럴 능력이 없이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분쟁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처 방식은 앞으로 외자 유치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20개 이상의 특별경제구역을 만들고 규제 완화를 발표하는 한편, 외국 회사들이 수익금을 제한 없이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라스콤이 처한 상황이 북한 사업의 위험성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2012년 중국 탄광회사가 북한 당국에 금속가공 시설을 빼앗겼다고 주장한 사례를 언급하며, 외국 회사들은 북한 당국이 자산과 수익금을 빼앗아 간다고 불평한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또 사위리스 회장이 북한의 핵심 지도부에 접근할 수 있었고, 2011년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이후 김 위원장은 사망했고 장 부위원장은 처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권력 이동은 불안정하고 권위주의적인 나라들에서 사업을 할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오라스콤은 북한 이외의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공격적인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소개했습니다. 오라스콤이 1997년부터 짐바브웨와 예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의 정치적으로 불안한 20여 개 나라들에서 공격적인 사업을 펼쳐 수 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것입니다.

기반시설이 거의 없는 나라들에서 부채를 끌어들여 단기간에 이동통신망 등을 만들고, 이를 후발주자에게 팔아 넘기는 방식입니다.

특히 이라크에서 500만 달러를 들여 이동통신 사업면허를 따고 2007년 이를 쿠웨이트 업체에 12억 달러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신문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