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합의 사실상 파기…남북교류 중단 불가피"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국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8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임시 휴관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8.25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8.25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고 활성화 조짐을 보였던 남북교류는 또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8.25 남북 고위급 합의’ 위반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8.25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한국 정부로선 국가안보나 국민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자 라는 8.25 합의를 위반했습니다. 핵실험한 것 자체가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남북 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 입장입니다.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를 바랍니다.”

정 대변인은 또 한국 군의 군사분계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선 8.25 합의는 북한이 비정상적 사태를 초래하면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확성기 방송 재개가 합의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남북한은 ‘8.25 합의’ 3항에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8.25 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통일연구원] “8.25 합의의 계기가 됐던 것은 확성기 방송 중단이냐 아니냐 가지고 시작됐는데 이제 확성기 방송이 8.25 합의로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됐다고 하면 이제 8.25 합의는 깨진 것으로 봐야죠.”

무엇보다 8.25 합의를 살리려면 북한이 핵실험과 관련한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북한은 핵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협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정준희 대변인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중단하려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 경협이나 교류는 개성공단을 제외하곤 모두 중단될 전망입니다.

그나마 개성공단도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의 생산활동과 직결되는 인원만 출경과 입경을 허용한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7일부터 출.입경 대상이 제한됐습니다.

정준희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폐쇄나 철수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IBK 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라진-하산 물류사업처럼 한국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준비했던 계획들도 당분간 실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박사 / IBK 경제연구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 그나마 가동되던 개성공단에도 바이어들이 이탈하고 기업들이 불안해 하는 등 개성공단이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라진-하산 프로젝트도 3차 시범운송 이후에 본격적인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4차 핵실험 이후로 계약 체결 속도가 줄어들거나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한국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지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평소처럼 조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