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과거에도 미-중 줄다리기 치열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베이징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가진 후 악수하기 위해 마주보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이 미국과 중국 간 견해차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은 과거에도 예외없이 미-중 간 치열한 외교전 끝에 채택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13년 3월7일,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안 2094호 채택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녹취: 추르킨 대사]

당시 안보리 의장인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이 15개 이사국 만장일치 찬성으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23일이 지난 뒤였습니다.

결의안 채택에 무려 23일이 걸린 건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핵실험 직후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중국주재 북한대사를 소환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하는 국제사회와 뜻을 같이 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결의안 초안에 북한의 국제금융체계 접근과 해외 수출 등을 차단하는 내용의 고강도 제재를 담자 중국이 반대하면서 두 나라 간 줄다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적절한 수준의 제재를 고집했습니다.

결국 치열한 외교전 끝에 미국이 한 발 물러섰고, 중국이 이를 수용하면서 양측은 잠정합의를 이루게 됩니다.

양측이 합의를 이루자 이튿날 곧바로 안보리 이사회가 소집됐고, 다음날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2012년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2087호 채택 때도 중국과 미국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40일이 넘는 긴 진통을 겪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보다 수위가 낮은 의장성명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기존 결의안보다 더 강한 제재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맞섰습니다.

결국 미국이 새로운 추가 제재를 포기하고, 중국 역시 이런 제재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결의안에 찬성하고 나서야 새 결의안 2087호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뒤 한발씩 양보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채택되는 양상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합의를 이루는 시점이 곧 결의안 통과 시점이 돼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4차 핵실험 이후 추진되고 있는 대북 결의안 역시 두 나라가 한 발씩 양보하는 과정을 거친 뒤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아시아정책 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7일 ‘VOA’에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부시] “Whatever the UN Security Council does this time, and whatever different countries do…”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은 미국과 일본 등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는 나라들의 뜻과, 이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 사이에서 절충안 형태로 마련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번 결의안 초안을 작성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해운과 금융 제재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제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고강도 제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왕 부장]

현재로선 미국이 당초의 제재 목록에서 몇 가지를 포기하고, 중국이 이를 수용하는 과정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