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 내 일각에서 자위적 차원의 핵무장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철수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집권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핵무장론을 주장했습니다.
[녹취 :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리도 핵을 갖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동시에 핵을 폐기하는 방안 등 이제는 자위권 차원의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억제수단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은 원유철 원내대표의 발언이 당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여당 핵심 인물인 원유철 원내대표의 핵무장론은 다시 한 번 한국 내 핵무장론을 둘러싼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970년대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으로 한반도 안보 공백을 우려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실제로 핵 개발을 시도했었습니다.
핵무장론은 이후 북 핵 위기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미국사무소 소장은 지난 1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여러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 피츠패트릭 소장] “They would face sanctions. As a part of the law, the United States would not be able to provide nuclear cooperation.”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국제법에 따라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한국이 보유한 원자력 발전시설들이 모두 폐기돼 가동과 수출의 길도 막히게 된다는 겁니다.
또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장 시도 때처럼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심각한 손상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실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술핵은 근거리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핵무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린 핵폭탄이나 수소폭탄을 제외한 핵무기체제를 가리킵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1958년부터 핵을 탑재한 지대지 미사일을 시작으로 주한 미 공군과 8군 기지 몇 곳에 배치됐었습니다.
한 때 700 개에 달했던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군 발표 이후 250 개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1991년 9월, 부시 행정부가 전세계에 배치된 전술핵 철수를 발표하고, 그 해 11월 남북한 사이에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표되면서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전량 철수됐습니다.
한국은 1974년 체결한 한미원자력협력 협정과 1975년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에 의해 핵무기와 관련된 물질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핵무기를 한국이 자체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의 핵무기를 들여와 배치하면 핵확산금지조약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어서 국제법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이 1974년 체결한 한미원자력협정을 유지하면서도 1990년대 초반까지 전술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 연구소 (CSIS)는 “전술핵의 한반도 전진 배치가 ‘핵 도발 시 즉각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줄 수 있다” 며 미 정부에 전술핵 배치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1991년 부시 행정부 이래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전술핵을 감축하고 있는 추세인데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핵 없는 세계’ 비전과도 상충되기 때문에 현실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계속 밝혀왔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발언입니다.
[녹취: 빅토리아 눌런드 전 국무부 대변인] “Tactical Nuclear weapons on our viewer unnecessarry for …”
유사시 한반도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는 체제가 이미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는 필요없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역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나며, 북한의 비핵화 명분을 한국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