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토론회에서 선두 트럼프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루비오 후보는 가장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부지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어제(25일)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이 벌써 열 번째인데요. CNN 방송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그 뒤를 쫓고 있는 두 연방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후보와 테드 크루즈 후보,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 이렇게 남아있는 경선 후보 5명이 참가했습니다.
진행자) 다음 주 화요일 3월 1일이 ‘슈퍼 화요일’인데요. 공화당의 경우, 이날 11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이번 토론회에 많은 게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는데요. 어제 분위기 어땠습니까?
기자) 매우 격렬했습니다. 특히 루비오 후보가 초반부터 트럼프 후보를 맹공격했는데요. 트럼프 후보가 호텔 건설에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한 일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비오 후보-트럼프 후보] “He hired workers from Poland…”
폴란드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데려와 일을 시켰고 소송 끝에 1백만 달러를 배상한 일이 있다는 건데요. 그러자 트럼프 후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요. 이날 토론회 무대에 선 후보들 가운데 누군가에게 일자리를 준 일이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불법 이민자를 모두 추방해야 한다는 등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일이 있다는 게 루비오 후보의 주장이군요. 그런데 조금 전 녹취를 들으니까, 두 후보 간의 공방이 치열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젯밤 토론회 내내 그런 장면이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루비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부모로부터 2억 달러를 상속 받지 않았으면 뉴욕 거리에서 시계나 팔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비난했고요. 트럼프 넥타이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왜 미국에서 만들지 않느냐고 공격했습니다.
[녹취: 루비오 후보-트럼프 후보] “Thirty-six thousand dollars…”
또 트럼프 후보의 실패한 사업 가운데 하나인 트럼프 대학교에 대해 가짜 대학이다, 그러니까 사기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어제 토론회가 크루즈 후보의 출신 주인 텍사스 주에서 열렸는데요. 크루즈 후보는 어땠습니까?
기자) 크루즈 후보 역시 트럼프 후보가 정책에 관해 말을 자꾸 바꾼다면서 공격에 가담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과거 민주당 정치인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한 일이 있는데, 진정한 공화당원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루즈 후보-트럼프 후보]
크루즈 후보와 트럼프 후보, 거기에 루비오 후보까지 가세해서 설전을 벌이는 장면을 잠시 들으셨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기부한 건 기업인으로서 정치인들과 잘 지내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고요. 크루즈 후보가 동료 상원의원들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살을 돌렸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제 토론회에 앞서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발언이 화제가 됐죠. 롬니 전 주지사가 전날(24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서 트럼프 후보를 공격한 건데요. 트럼프 후보의 세금에 폭탄이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이 얘기도 나왔는지요?
기자) 나왔습니다. 수요일(24일) 폭스 뉴스에 출연한 롬니 전 주지사는 트럼프 후보가 주장하는 것만큼 재산이 많지 않거나,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금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했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세금 보고서를 공개하고 싶지만, 매년 회계 감사를 받고 있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크루즈 후보가 이전 세금 보고서라도 공개하라고 요구했죠. 롬니 전 주지사 역시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반응을 올렸는데요. 감사 중이라고 세금 보고서를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면서, 정 안 되면 이전 보고서라도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2012년 대선 당시 롬니 전 주지사 역시 세금 보고서 공개 문제로 곤욕을 치른 일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공격하는 입장이 됐네요. 그밖에 어떤 문제가 논의됐나요?
기자) 네, 건강보험 문제, 요즘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대법관 지명 문제, 캘리포니아 테러 용의자의 손전화기를 둘러싼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 간의 대립, 또 중남미계 미국인들에게 다가가려는 방안 등 국내 문제에서부터 시리아 내전 문제 등 국외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다뤄졌습니다.
진행자) 북한 얘기도 나왔습니까?
기자) 나왔습니다. 앞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일이 있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을 축출하기 위해서 전쟁이라도 감수할 생각이냐고 진행자가 물은 겁니다.
[녹취: 케이식 후보] “But when I say regime change….”
케이식 후보는 정권 교체가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면서 답변을 회피했는데요. 북한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군사 개입까지 감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는 건데요.. 케이식 주지사는 중국을 이용해서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앞서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해서 열 번째 공화당 후보 토론회가 끝났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 승자로 누구를 꼽고 있습니까?
기자) 대부분 루비오 후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루비오 후보가 훌륭하게 토론회에 임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이날 사사건건 트럼프 후보를 효과적으로 공격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이미 선두주자 자리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이런 공격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는 거죠. 그런가 하면 크루즈 후보 역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반대로 이번 토론회 패자는요?
기자) 케이식 후보와 카슨 후보가 이날 토론회 패자로 꼽혔는데요. 질문이 가지 않아서 발언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정작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활용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사실 어제 “누가 나 좀 공격해 달라”고 카슨 후보가 호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후보 역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입니다.
진행자) 다음 주 ‘슈퍼 화요일’ 경선이 열리는 주에서 후보들 지지율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어제(25일) 토론회에 앞서 블룸버그 통신이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슈퍼 화요일’에 경선을 치르는 11개 주 가운데 남부 7개 주에서 트럼프 후보가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37%로 나타났고요. 루비오 후보와 크루즈 후보는 20%로 동률이었습니다.
진행자) 여기서 민주당 경선 일정 잠깐 볼까요?
기자) 네, 민주당은 다음 주 ‘슈퍼 화요일’ 선거에 앞서 이번 토요일(27일)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예비선거를 치르는데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누르고 무난히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