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들 북한 비판 제한...정부 통제, 자체 검열 때문'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지난 6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한 시민이 대사관에서 게재한 선전물을 읽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언론이 북한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힘들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언론 자체 검열이나 중앙 정부의 통제 탓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 김정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북한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북한과 이웃한 중국의 언론들은 북한 관련 보도에 조심스럽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신문이 29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본토 언론인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에 관한 기사를 쓸 때 일정한 제한이 있고, 이런 제한은 언론사가 스스로 만들거나 정부 쪽에서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광둥성에 있는 한 유명 신문의 기자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관련 보도에 제한이 있어서 자신들은 그냥 `신화통신' 같은 관영매체에서 나오는 기사를 받아쓴다고 밝혔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기자는 해당 지역 정부의 언론관계 기관이 보도를 노골적으로 제한하기도 하지만, 자체검열이 작동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중국 기자는 자체 취재로 북한 관련 기사를 만들 수 있지만, 기자들이 기사를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자는 자신이 일하는 언론사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을 인터뷰했지만, 기사에서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보도가 불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취재에 응한 다른 두 언론인은 과거 한 주류 신문이 북한을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가 북한 측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국 기자들 사이에서 북한 문제가 다루기 힘든 주제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베이징외국어대학교 국제커뮤니케이션센터의 차오무 주임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북한에 대한 비판이 자칫 중국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차오무 주임은 그렇지 않으면 대개 자체검열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유대관계를 생각해 북한 관련 기사에 제한을 둔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일부 한국 언론들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단둥에서 북한 외교관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 현지인 3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확인됐더라도 이런 사건의 보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주류 언론에 대한 이런 통제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비교적 느슨한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유통된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습니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월 21일 '인민일보'와 '중국중앙텔레비전', '신화통신' 등 중국의 3대 관영매체를 방문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인민대회당에서 좌담회를 열고 당과 정부가 주관하는 매체는 당과 정부의 선전 진지로, 성 씨도 당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시 주석에게 '절대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VOA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