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북한의 미국인 억류 사례

지난 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 씨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사죄했다고 조선 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은 올 들어 미국인 2 명을 각각 반공화국 적대행위와 간첩 혐의로 체포해 억류 중입니다. 과거 북한은 다양한 이유로 미국인들을 수 차례 억류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해 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미국인 억류 사례를 살펴봅니다. 조상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월,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 학생인 오토 프레데릭 웜비어 씨를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웜비어 씨가 미국 정부의 묵인과 조종 아래 북한의 기초를 허물어 버릴 목적으로 입국해, 북한 주민들을 위한 정치구호를 훼손하다가 적발됐다는 이유였습니다.

북한은 같은 달 11일에는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를 간첩혐의로 체포해 수감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실시된 지난 1월6일 이후 2 명의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를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 존 커비 대변인] “ There is little doubt that North Korea uses detention as a tool for propaganda purposes.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 신문도 북한의 이런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서방인들을 억류해 정치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 수 차례에 걸쳐 미국인들을 억류해 대미 협상카드나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2009년 미국인 여기자 2 명을 억류한 사건 이후 주로 미국 거물급 인사의 방북을 통해 대미 협상을 벌이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을 받던 지난 2009년, 로라 링과 유나 리 등 미국인 여기자 2 명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다 밀입국 혐의로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녹취 : 미국 언론 미국인 여기자 2명 억류 보도]

이들은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지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로 파견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면담하면서 6개월만에 풀려났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현안 문제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게 논의됐고,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보도하며 대화 재개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이어 2010년에는 인권운동가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가 불법입국 혐의로 8년의 노동교화형 선고 받았고, 이 때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곰즈 씨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의춘 외무상 등을 만났고, 북한은 ‘6자회담 재개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2010년 11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에디 전 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 됐고, 전 씨는 이듬해 5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평양을 방문해 유감 표시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뒤에야 석방됐습니다.

2012년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2000년대 들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가운데 가장 긴 2년여 기간 동안 붙잡혀 있었던 사례로 기록됩니다.

배 씨는 보안검색 중 소지품에서 문제가 발생해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북한은 배 씨 석방과 관련해 미국과의 협상에 진척이 더디자 삭발을 하고 수의를 입은 수척한 모습의 배 씨 근황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배 씨의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 케네스 배 씨] “교화소에서는 지금 주로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매튜 토드 밀러와 제프리 애드워드 파울 씨가 숙소에 의도적으로 성경을 두고 나왔다는 이유로 국가전복음모죄로 억류됐습니다.

억류 6개월 만에 풀려난 파울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전직 대통령 같은 고위 인사를 언급하며 도움을 호소할 것을 제안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 제프리 파울 씨]

북한이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이 있어야 석방이 가능할 것이란 암시를 줬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후 미국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방북했고, 2014년 11월 각각 2년과 7개월 간 억류됐던 배 씨와 밀러 씨를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웜비어 씨와 김동철 씨를 억류한 북한의 의도가 과거와 다르지 않다며, 이전에 억류됐던 미국인들과 비슷한 수순으로 석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