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북한 선박들, 남포항에 일제히 모습 드러내

지난해 4월 멕시코 당국에 억류된 북한 선박 무두봉 호가 툭스판 항에 정박해 있다. (자료사진)

자동선박식별장치 (AIS)를 통한 위치 파악이 불가능했던 북한 선박들이 일제히 남포 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갑자기 자동선박식별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남포 항에서 약 30 척의 선박이 일제히 포착됐습니다.

‘VOA’가 16일 선박의 위치 기록 등을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 (MarineTraffic)을 분석한 결과, 현지 시간 17일 새벽 1시 현재 남포 항 주변에 선박 29 척이 정박해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VOA'가 북한 선박에 대한 추척을 시작한 1월 이후 처음으로, 남포 항에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많아야 1~2 척 정도의 선박만이 포착됐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 선박이 선박자동식별장치 (AIS)를 수시로 끄고, 북한 내 항구도 AIS 수신장치를 활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 검색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재 남포 서쪽 해안가에 19 척의 선박을 비롯해 대동강과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 3 척, 그리고 대동강 안쪽 대안군 앞에서 7 척의 선박이 AIS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들 선박 가운데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이후 며칠 간 위치가 불분명했던 미림 호와 회령 호, 세보 호 등 원양해운관리회사 (OMM) 소속 선박도 포함돼 있습니다.

국적 별로는 북한 선박이 13 척으로 가장 많았고, 캄보디아와 시에라리온 선박이 각각 5척, 토고 3 척, 타이완과 키리바시, 몽골 선박이 1 척이었습니다.

남포 항 해역의 AIS가 확인되면서 남포 항을 출발했거나, 남포 항으로 향하는 선박도 위치가 포착됐습니다.

그동안 선박들은 북한 영해 진입과 동시에 레이더 망에서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모두 11척의 움직임이 확인됐습니다. 이 중 6 척은 남포 항 방면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5 척은 북한을 떠나 서해상을 향하고 있습니다.

‘마린 트래픽’의 팀 소어 미디어 담당관은 갑자기 북한 선박들이 레이더 망에 나타난 데 대해,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를 의식해 선박들에 ‘AIS’를 다시 키도록 했거나, 항구에 설치된 AIS 수신기를 활성화 했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운항을 하지 않는 선박들은 바다 한 가운데 모여 있는 계선 상태 (Laid up)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소어 담당관은 분석했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남포 항 외에 청진과 라선, 원산 등 다른 항구에는 선박이 한 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새 대북 제재 결의로 유엔 회원국 입항이 금지된 선박 31 척 중 현재 실시간 위치가 파악되는 선박은 남포 항에 머물고 있는 3 척 외에 그랜드 카로 호와 골드스타 3호, 희천 호, 오리온 스타 등 4 척입니다.

이 중 그랜드 카로 호와 골드스타 3호는 일주일이 넘도록 중국 란샨항과 홍콩 앞 바다에 떠 있고, 희천 호는 블라디보스톡 항구에서 약 1km 떨어진 바다에 머물고 있습니다. 오리온 스타는 한국 서해 상에서 남쪽으로 항해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