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선박식별장치 (AIS)를 통한 위치 파악이 불가능했던 북한 선박들이 일제히 남포 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갑자기 자동선박식별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남포 항에서 약 30 척의 선박이 일제히 포착됐습니다.
‘VOA’가 16일 선박의 위치 기록 등을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 (MarineTraffic)을 분석한 결과, 현지 시간 17일 새벽 1시 현재 남포 항 주변에 선박 29 척이 정박해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VOA'가 북한 선박에 대한 추척을 시작한 1월 이후 처음으로, 남포 항에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많아야 1~2 척 정도의 선박만이 포착됐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 선박이 선박자동식별장치 (AIS)를 수시로 끄고, 북한 내 항구도 AIS 수신장치를 활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 검색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재 남포 서쪽 해안가에 19 척의 선박을 비롯해 대동강과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 3 척, 그리고 대동강 안쪽 대안군 앞에서 7 척의 선박이 AIS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들 선박 가운데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이후 며칠 간 위치가 불분명했던 미림 호와 회령 호, 세보 호 등 원양해운관리회사 (OMM) 소속 선박도 포함돼 있습니다.
국적 별로는 북한 선박이 13 척으로 가장 많았고, 캄보디아와 시에라리온 선박이 각각 5척, 토고 3 척, 타이완과 키리바시, 몽골 선박이 1 척이었습니다.
남포 항 해역의 AIS가 확인되면서 남포 항을 출발했거나, 남포 항으로 향하는 선박도 위치가 포착됐습니다.
그동안 선박들은 북한 영해 진입과 동시에 레이더 망에서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모두 11척의 움직임이 확인됐습니다. 이 중 6 척은 남포 항 방면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5 척은 북한을 떠나 서해상을 향하고 있습니다.
‘마린 트래픽’의 팀 소어 미디어 담당관은 갑자기 북한 선박들이 레이더 망에 나타난 데 대해,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를 의식해 선박들에 ‘AIS’를 다시 키도록 했거나, 항구에 설치된 AIS 수신기를 활성화 했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운항을 하지 않는 선박들은 바다 한 가운데 모여 있는 계선 상태 (Laid up)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소어 담당관은 분석했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남포 항 외에 청진과 라선, 원산 등 다른 항구에는 선박이 한 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새 대북 제재 결의로 유엔 회원국 입항이 금지된 선박 31 척 중 현재 실시간 위치가 파악되는 선박은 남포 항에 머물고 있는 3 척 외에 그랜드 카로 호와 골드스타 3호, 희천 호, 오리온 스타 등 4 척입니다.
이 중 그랜드 카로 호와 골드스타 3호는 일주일이 넘도록 중국 란샨항과 홍콩 앞 바다에 떠 있고, 희천 호는 블라디보스톡 항구에서 약 1km 떨어진 바다에 머물고 있습니다. 오리온 스타는 한국 서해 상에서 남쪽으로 항해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